어릴 때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성장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엄한 교육을 통하여 나는 한국인이며,언젠가는 돌아갈 곳,내가 일할 곳은 한국이라고 다짐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방학을 이용하여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늘 나는 한 여행자로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에 우리의 모습을 다 익힐 수 없었고 다정한 친구와 인정 많은 친척들의 보살핌으로 나의 눈을 통해 직접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제24회 올림픽이 서울로 결정되었을 때 나는 김나지움(Gymnasium)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올림픽준비와 기대로 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고 그 열기가 더욱 서울 하늘을 감돌고 있을 때,올림픽이 좋은 결실을 맺도록 이국땅에 있는 우리들도 가슴 조이며 지켜보았다.
해외에서 자라고 공부한 나에게 직접 우리사회를 피부로 느끼며 익힐 수 있고 작은 힘이라도 올림픽에 보탬을 줄 수 있지 않으까 하는 생각에서 지난 가을 이곳 영사관에 올림픽을 위한 자원봉사를 신청하였다. 올림픽경기동안 자원봉사자로서 일 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을때 우리나라를 위하여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기대로 가슴 부풀어 올랐다.
파리에서 일차교육을 받고 8월1일 드디어 서울로 출발하였다. 도착 후 곧 해외자원봉사자들에 대한「모국적응훈련」이 올림픽촌에서 실시되었다. 그것에서 나와 같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자란 다른 봉사단원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문화와 환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우리가 얼마나 한국을 그리워하고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그 하나로 서로 친구가 되어 자유로운 분위기속에서 모든 벽을 허물 수 있었다.
다만 교육기간 중 우리들을 마치 외국인처럼 대하는 태도라든지 처음 겪어보는 권위적이고 틀에 박힌 교육과정이 짜증스럽고 지루하였지만 이런 절차를 통해야만 성공적인 올림픽이 된다는 설명에서 지금까지 배워온 생활습관을 잊고 스스로 한 봉사자가 되어 부끄러움 없는 올림픽이 되도록 열심히 교육에 참여하였다.
서울올림픽에 한 부분을 말게 된다는 자부심으로 휴학하기도 하고 일 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여행비를 마련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기에 교육기간동안 우리의 진지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교육을 마치고 나는 기자촌 입ㆍ퇴촌부에서 일하게 되었다. 올림픽개막을 며칠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와 해외자원봉사단원들 사이에 충분한 사귐의 시간도 없이 서로 말은 일에 열중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자유로운 한 사람에서 출발되는 교육을 받아온 우리에게는 주위 사람들을 너무 의식하고 자기의 옳은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무계획적이고 결과 우선적인 지시에 의한 일처리과정, 그리고 동등한 위치에서 외국인과 함께 일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들의 의견과 요구가 우리의 그것보다 먼저 해결될 때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당황하게 하였다. 이럴 때마다 우리 한국인의 참된 모습이 도대체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곤 하였다.
이제 우리 한국은 세계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문화적 전통뿐만 아니라 성숙된 사회임에는 틀림이 없지않은가?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일을 볼 때마다 국내에서 자랐다면 나의 경우 어떻게 하였을까? 나의 관찰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반문해보곤 하였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정성과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그들에게 우리의 모습이 우정이 아닌 다른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지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곤 하였다.
올림픽이 에정대로 시작되었고 우리가 걱정했던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올림픽은 우리 한국사회발전에 한 전환점이 되어주길 바라며 정감 넘치는 나라로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그동안 올림픽촌에서 사귄 다른 국내ㆍ해외 봉사단원들과의 뜨거운 만남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외국기자들을 안내했던 서울의 여러 곳들,우리 고유의 기와지붕이 맞대어 이어진 마을,그리고 못내 아쉬움을 서로 참으며 헤여졌던 기자촌입구,이 모든 것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올림픽을 위해 이름 없이 땀 흘린 분들에게도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 빈다.
HEE SERENA HYUN
FLASSHEIDE 13
2000 HAMBURG 54
WEST-GERMANY
※현희(세레나)씨는 1974년 독일로 이민 후 함부르크대학교 러시아학 전공 중 서울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지원. 독일어와 노어권 기자들의 통역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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