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아들일까 기다렸던 아기는 또 딸이었다. 한없이 섭섭하였지만 이것도 다 하느님께서 주신 자녀이기에 힘닿는데까지 훌륭하게 키우기로 결심했다.
나를 알고계시는 분들은 나를 바보라고 했다. 아기를 남편에게 돌려주고 재혼을 하든지 돈을 벌든지 하지 않고 저렇게 고생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말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는데 어찌 내가 자식들을 버리겠나. 남편은 세 번째 부인을 또 맞아드렸다. 그런데 웬일일까? 몇 달이 되지 않아 또 쫓겨났다. 이렇게 남편은 독설적이고 사랑과 이해가 부족하기에 부인과 같이 살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 딸들을 그렇게 둘 수가 없어 고생이 되더라도 내가 키우겠다고 남편에게 자식들을 돌려 달라고 청하였다. 남편은 세 번이나 장가를 가서도 실패를 했으니 생각이 좀 달라졌는지 자식들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애들을 주되 생활비는 넉넉하게 주지 못한다면서 우리가 살 방은 하나 얻어주지도 않고 맨몸으로 쫓겨난 나한테 전세방을 얻지 않으면 애들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조건 고집이 센 사람이라 나는 돈도 없으면서 전세방을 얻는다고 했다. 애들을 내가 키우지 않으면 첫째 신앙문제가 큰일이었다. 돈을 빌려 30만원짜리 셋방을 얻어 딸들을 데려왔다. 정말 처음에는 막막했다. 삼 년 만에 자녀들과 만난 것은 반가우나 여섯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점이 많았다. 밤이면 밤마다 나는 새우잠을 자야했고 남편이 주는 생활비는 아무리 쪼개 써도 절반은 모자랐다. 넷이 학교에 다니고 모든 것을 다 사 써야하니 남편이 주는 돈 12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벌기로 결심을 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았다.
집에서 부업을 해 보았으나 힘만 들뿐이지 수입은 몇 푼 되지 않았다. 이웃집 아주머니께서 보험회사에 한번 다녀보라고 권하기에 나가보았다. 나로서는 거기에도 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말주변도 없고 첫째 옷차림부터 좀 갖추어져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기에 그만두었다.
생각 끝에 포장마차를 한번 해보려고 시작을 했다. 어느 누구 도와주는 사람하나 없이 생전에 처음으로 리어카를 한 대 샀다. 그리고 시장에 나가 닭똥집 꼼장어 꽁치 고등어 오징어 안주될 만한 물건을 사가지고 오후 5시쯤 포장마차를 끌어와 전을 펴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것도 주위에 포장마차가 많이 있어 재미가 적었다. 추운 겨울 새벽3시쯤에야 장사를 끝내고 팔다 남은 물건들을 챙겨 담아 머리에 이고 집에 오노라면 삼라만상은 고요하게 잠이 들고 밝은 달과 별빛만이 나의 길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내 육체는 추위에 떨어 지쳐있어도 항상 주님께서 보호해 주신다는 믿음아래 무서움 없이 집까지 도착한다. 집에 오면 얼른 방에 들어가자고 싶지만 그럴 형편도 못되고 아침밥을 지어 놓아야한다. 아이들을 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놓고 빨래가지랑 집안일을 좀 보고나면 열시가 된다.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잠을 자고는 또 장사할 물건들을 사가지고 다시 포장마차로 나간다. 처음보다는 장사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눈보라가 몹시 불어 포장마차가 통채로 넘어가 버렸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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