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죄악 앞에서 파안대소 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만신창이 하느님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이기와 위선을 안고 신자들은 레지오 활동으로 병자방문을 간다. 그런데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가는 것일까.
특히 지체부자유자 시설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분들의 불편함과 불행을 보고 자기위안을 삼는단다. 그래서 어쩌면 진정으로 그분들의 말동무와 위로가 되기보다는 비교 우월감이라도 갖고 싶어서 방문을 한다면 그분들의 대한 무례는 물론이고, 내려다보시는 하느님의 슬픔은 얼마만할까.
이런 순수하지 못한 마음들이 순수를 간직한 마음들을 상처 낸다. 교회라는 커다란 공동체 안에서 복잡한 심성들은 단순한 심성들을 이리저리 상처내고 못 견디게 한다. 순수했던 마음들은, 겨울의 찬바람과 더불어 퇴색되어 가는 낙엽처럼 흑색으로 변하고, 작은 죄악들에 부딪쳐도 상처나지 않을 두터운 가슴으로 하느님 대전에서 그분을 슬프게 하고 있다. 온갖 종류의 슬픔들로 만신창이가 된 하느님을 이제 더 이상 아프게 하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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