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명은 하루살이와도 같아, 꽃러럼 피어났다가는 스러지고 그림자처럼 덧없이 지나가는 인생길』(욥기 14, 1~2) 이건만 평생을 주신 그님께 아낌없는 한 생을 남김없이 번제물로 바치신 류 아우구스띠노 신부님.
그러기에,
설령 생전에 위대한 일을 하시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신부님의 삶은 46년간이란 사제생활의 반세기 삶, 그 자체로서 고결한 가치를 지니셨습니다.
그 어느 누구인들 신부님 가신 길을 쉬이 따르겠으며 그 누가 또 감히 흉내낼 수 있는 신부님 삶의 길이겠습니까?
더 더구나 그님 위해 한 청춘 불사르신 신부님의 사제생활은 너무나도 정열적인 삶이었습니다.
5년 5개월여의 해군 군종신부 활동, 다년간 펼치신 아리온스 클럽에서의 활동, 자신의 생이 다하시는 순간까지도 몸담으셨던 스카우트 활동…
이런 것들이 어찌 73세의 고령으로 보이실 수 있는 정열이라 하겠습니까!
후세대 교육에도 남달리 열의가 컷기에 걸어가셨던길?
옹진중ㆍ고교에서의 교사생활, 소화국민학교 교장으로서 보이셨던 그 역량…
그러면서도 신부님이 가신 자부적인 사랑 가득하신 사제로 분주하신 본당사목 중에서도 이룩하신, 아직까지도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 발행해야만 하는「신앙으로 가는 길」과「어린이 교리문답」의 저술, 만년에 이르도록「은퇴」를 모르시는 가운데 보여주신 ME 지도신부로서의 활동, 가톨릭운전기사회 지도신부로서의 활동, 병원환자들과 성심원고아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들…
神父님!
진정 위대하십니다!
정녕 장하십니다!
갑자기
저 아직 어렸을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나, 다리 좀 주물러줘. 6ㆍ25때 빨갱이들 한테 맞아서 그런지, 다리가 이렇게 아퍼』판공때 공소에 나오시면 종종 하시던 말씀이었습니다.
이제는 고통도 없는 하늘나라로 가시니 제손은 필요없겠지요. 신부님?
그때는 정성껏 오래오래 주물러 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또한, 언제나 남다르게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처신하시던 신부님과 사별한다는 것이 더욱 더 아픈 가슴을 찌르는군요. 왜,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난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사신 세월을 반으로 나눈 만큼만 살아도 아직 더 살 수 있어! 』하시고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도 홀연히 떠나시는 겁니까. 신부님!
정말 가시는 겁니까!
신부님, 이제 또다시 일어나세요! 작년엔 쓰러지셨다가도 다시 일어나셔서 모든 이에게 기쁨을 안겨주시지 않으셨습니까!
모두가 부질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어린아이 떼를 쓰듯 해서 죄송합니다. 신부님 굳이 가셔야만 한다면 편히 보내드려야지요.
하지만 신부님, 보기드문 미식가(美食家)로서 소박한 식성으로 즐기시던 민들레, 씀바귀 나물 이젠 누구하고 먹지요? 쓴나물 드시며 깨우쳐 주신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비결, 신부님 뒤를 따라 사제생활은 곧 기쁨을 위해 고통도 참고 이기며 나가는 길임을 깨우쳐 주신대로 성심껏 살아가겠습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에 있어서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을 것이다. 미련한 자들의 눈에는 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재앙으로 생각될 것이며,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의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중략)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뜻에 맞는 사람들임을 인정하신 것이다. 도가니 속에서 금을 시험하듯이 그들을 번제물로 받아들이셨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아오실 때 그들은 빛을 내고 짚단이 탈 때 튀기는 불꽃처럼 퍼질것이다』(지혜3, 1~7) 하신 지혜서의 말씀대로 죽음 뒤의 확신을 신부님이 시신 앞에 더욱 깊이 새기면서 신부님을 위해 욥의 기도를 가난한 마음으로 두손 모두어 바칩니다.
『사람이 며칠이나 살며 몇날이나 움직일지는 주여 당신께서 결정하시는 일이 아닙니까? 넘어갈수 없는 생(生)의 마감날을 그어주신 것도 당신이십니다.
그러니 이제 세상을 떠난 사제 류아우구스띠노에게 눈을 돌리시고 품꾼같이 보낸 하루나마 당신품에 편히 쉬게 해주소서』(욥기14, 5~6)
신부님, 하느님 나라로의 여행길 안녕히 가십시요.
아들 신부들을 대표하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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