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안에 있는 스무 네절기의 열세번째인 입추(태양의 황경이 136도인때)가 지났고 머지않아 처서(태양의 황경이 150도 인때)가 다가올 무렵, 자연계에서는 여름을 떠나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송별회의 연습놀이가 한창이었어요. 초롱꽃을 머리에 꽂은 여름 아줌마와 기장 이삭을 밀짚 모자에 꽂은 가을 아저씨가 원두막에 앉아서 참외 서리를 하고있는 송별회 놀이가 말이지요.
『좀더 드시지요. 꿀참외이니까요. 아니 며칠후 참외들의 환갑날인 처서가 오면 이맛도 한물 갈테지요. 시장에서는 그 값이 떨어지고요.』
『뵙자 마자 떠나 가시게 된다니 너무 너무 섭섭하군요. 여름님!』
『가을님, 해마다 입추에서 처서 사이를 우리는 같이 보냈었지요. 아무튼 처서날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요. 그날 비가 오면 독의 곡식까지 준다는 옛말까지 있다니요.』
『만약에 비가 온다면 여름님을 띄워보내온 우리 모두들의 마음이라고 느껴주시겠습니까?』
이 나라 이땅과의 작별이 서러운 여름 아줌마의 얼굴빛이 새하얗게 되는 순간, 참외밭 임자가 외밭을 놓으러 왔습니다. 그래, 시퍼런 참외들만 남겨 둔 채 언니 참외들이 바구니 속으로 들어 가면서 메밀밭 잠자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한편, 어느 교회학교에서는 선생님께서 어린이들에게 성모승천에 대한 다음 가르침을 하고 있었어요.
『온데로 흩어져 있던 사도들이 우리 성모님께서 돌아 가시던 그날, 마음속의 어떤 이끌림에 의해 예루살렘으로 다모여 왔습니다. 그런데 인도에 가 계셨던 도마 사도만이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사흘후인 8월 15일에야 도착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후인 8월 15일에야 도착을 했습니다. 성모님의 모습을 꼭 한번 더 뵈오야 한다면서 엉엉 울기 시작하엿습니다. 그래, 돌무덤을 열었을 때 그 안에는 수의만 잘 개켜져 있었을뿐 성모님은 간데 없이 산백합 꽃향기가 진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스무남은 해전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던 산지기 할아범의 증언이 그날 새벽 성모님께서 하늘로 오르시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어요』라고 말이지요.
어느 교회학교에서는 다음 노래가-
꽃중에도 순결한 산나리꽃이여!
드맑은 향기의 산백합꽃이여!
드높은 멧부리의 에델바이스!
드맑은 뜨락의 흰장미 봉오리!
은총의 숲속의 은방울꽃이여!
마리아님 티없음을 찬미합니다.
마리아님 아름다움 찬미합니다.
마리아님 착하심을 찬미합니다.
어느 주일학교에서는 다음 노래가
황금빛 반달 타고 푸른하늘 아득히
천사들이 온 둘레에 마리아님 받들어
예수님 반김 속에 개선하신 어머니여!
우리 모두 그 영광을 기리옵니다.
어느 수도원 성당에서는 다음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어요.
성모여, 이 나라를 돌보아 주셔요.
어디서나 은혜로운 그 손길 펴셔요.
님에게 바쳐진 금수강산 삼천리 순교자의 붉은 피로 물들여진 이 나라
성모여, 이 나라를 돌보아 주셔요.
어디서나 은혜로운 그 손길 주셔요.
어진 복자 착한 양떼 많은 이 나라
사랑스런 눈길로서 굽어보셔요.
부드러운 그 손길로 쓰다듬어 주셔요.
어느 산간학교에서는 나비반과 해바라기꽃반 어린이들이 동요 지어부르기 대회를 하고 있었어요. 나비가 봄부터 설쳐댄다고 해서 나비같은 옷을 입고 꽃잎처럼 예쁜 입술들을 가진 여자 어린이들이 먼저 나와서 노래를 불렀어요.
꽃잎은 꽃마음을 가졌나봐요.
꽃마음은 착한 마음 상냥한 마음
저네들의 꽃이파리 먹고 살지만
꽃님들은 언제나 웃어 주지요.
꽃들의 예쁜 얼굴 만든이 누구?
꽃들의 고운 마음 만든이 누구?
우리들이 꽃들을 찾을때마다
저네들은 우리에게 향기를 주네.
꽃들보다 훨씬작은 우리들
두 날개에 온갖 빛깔 그림 그린 이
그분은 어느곳에 살고 계실까?
우리들은 날마다 그 이야기하지요.
이번엔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티샤쓰에 초록빛 반바지를 입은 해바라기꽃반의 남자 어린이들이 나와서 목소리도 우렁차게 해바라기꽃들의 노래를 불렀어요.
온 누리의 모든 꽃송이들아!
이리 와서 나를, 나를 축하해다오.
황금빛 내님 사랑 가득 받으며
이렇게나 찬란한 꽃피운 나를
이른 봄날 모두들 꽃을 피울 때
우두커니 있는 나를 비웃으면서
개나리가 말하였지 넌 바보다.
진달래도 말하였지 키큰 못난이
봄날 가고 첫여름이 사뿐 찾아와
땅꼬마 채송화가 꽃을 피우며
해바라기 오라버님, 웬일이세요?
두눈을 감으면서 대답했지요.
묻지마라 나의 때는 아직 아니니
여름 거쳐 첫가을이 다가왔을 때 하느님은 나를 보고 손짓하셨네. 해바라기 꽃아 피라! 어서 피어라! 온갖 서를 꿋꿋이 참아 견뎌 온 찬란한 그 보람을 듬뿍 즐겨라.
박수 소리가 우람찼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다가 온 성모 승천 대축일의 미사때, 산간 학교의 숲 속제단 위에는 해바라기 꽃으로 환하게 장식이 되었습니다.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태양을 몸에 두르고 열두개의 별로 된 관을 쓰신 성모 승천 대축일의 미사에서 말이지요.
그렇게나 사랑했고 그리웠던 아드님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시고, 하느님께서 예정하신 때가 찰때까지 스무 몇해란 시간을 이땅 위에서 양아드님이신 사도요한과 더불어 온갖 슬픔, 그리움을 담뿍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모닥불 둘레에서 크게 머지않는 앞 날, 우리네의 예비 신학생, 예비수녀들의 모임인 패랭이꽃반의 지도자이신 로사 수녀님의 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마치 자장가처럼….
어떤 아기들은 살며시 입술을 깨물면서, 어떤 어린이들은 두 손을 가슴에 모두고, 어떤 아이들은 집생각, 엄마생각 등등과 함께 훌쩍훌쩍 울면서 듣고 있었어요.
아드님을 사랑하신 성 마리아님
예수님 하늘높이 승천하신 날
찬란한 저 하늘에서 다시 만날걸
굳게굳게 믿으면서 참으셨지요.
아드님을 저 하늘로 띄워보내신
어머니 그 마음은 아팠겠지만
나보다 내 아들의 영광위하여
슬픔을 참았지요. 눈물 삼키며
드높고 거룩한 성모님 마음
나보다 남 위하여 살아가는 삶
우리들 그 발자국 밟고싶으니
거룩한 그향기로 이끄시어요.
그리고 그로부터 두주일이 자난 다음, 여름 아줌마가 북악산 마루 위에서 산들바람 마차를 타면서 이땅의 모두들을 향하여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이 나라의 풍년을 기원하면서 말이지요.
※주
입추-가을이 시작된다고 하는 날로서 올해는 8월 8일이엇음.
처서-땅에서 찬기운이 생긴다고하는 절후. 올해는 8월 24일.
에델바이스-우리말로는 산솜다리꽃.눈속에 피어나는 고산식물로서 흰꽃을 피움.
패랭이꽃-성령의 꽃으로서 숭세기에 제단장식으로 많이 사용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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