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춤으로 최근 널리 알려진 이애주(서울大 교수40)씨의 「바람맞이」가 펼쳐진 8월 10일 저녁 7시30분 부산 대연성당 뒷맞춤판은 간간히 뿌리는 빗발에도 불구, 가득 메운 3천여면의 관중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지난 6월 전국을 휩쓸었던 시위의 와중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힘찬 춤사위로 엮어내 전국민의 사랑과 관심늘 한몸에 모은 이교수의 이번 부산공연은 민주화에의 길을 밟아가는 시점에서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그것을 이뤄내는데 아직도 숱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다는점에서 의미있는 무재라고 여겨져왔었다.
신명넘치는 사물놀이패의 풍물 소리와 함께 이 교수의 춤이 시작되자 관중들의 시선은 자그마한 체구에서 분출되는 그녀의 힘찬 몸짓에 빨려들기 시작했다. 억눌린 민중의 한과 정서를 온몸으로 풀어내는 그녀의 몸짓은 격렬하게 쓿어올랐다가는 한순간 사위어가고 또다시 온무대를 휘어잡는 역동적인 춤사위로 이어져갔다.
이날 춤판의 절정은 박종철군과 이한열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둘째판 물춤과 셋째판 불춤장면. 가득 담긴 물통앞에서 박군이 물고문당하는 장면과 이군이 최투탄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재현되자 관중석 곳곳에서 안타까운 탄성과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마지막으로 한떨기 진달래로 상징된 젊은 넋들의 산화와 새로운 부활 그리고 민주화를 향한 의지가 표출된 꽃춤이 어지자 관중의 분노와 고통은 어느새 일체감으로 승화돼 공연장은 떠나갈듯한 박수와 노래소리로 파묻혔다.
건너편 수도원 건물에서 처음엔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내다보던 외국인 수사 몇명이 공연이 끝나자 감동한 표정으로 열심히 박수치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이렇게 감동적인 춤을 구경한 것은 난생 처음』이라며 눈시울을 붉힌 어느 40대 주부관객이 남긴『박종철군과 이한열군의 희생으로 겨우 소생하고있는 민주주의가 꺽이지 않도록 국민들은 계속 주시할 책임이 있다』는 한마디가 여운처럼 귓전에 남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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