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5월 6일 오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정례 수요일 군중 알현일. 주인배 신부의 주선으로 한국의 성령쇄신 봉사자들은 좋은 앞자리를 차지할수 있었다.
세시간 전부터 베드로대성전 광장에 운집하기 시작한 약 2만명의 세계 각처에서 온 군중은 큰 잔치에 초대된 기분으로 들떠 있었다. 전면 왼쪽 작은 무대 위에서는 이태리 소년 소녀들이 합창을 하기도 하고 독창으로 「오 쏠레미오」등 유명한 노래를 멋지게 뽑기도 한다. 박수가 울려 퍼지면 또다시 깐소네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과연 성악의 나라로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자아내진다.
드이어 3시. 교황님이 군중후미에서 자동차를 내리시더니, 난간 가까이 지나시면서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신다.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도 차례가 올 것을 고대하면서 문득 외국어를 못하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세계성령쇄신 봉사자대회에 참석중이지만 영ㆍ불ㆍ독ㆍ이ㆍ서반아 5개국어로 통역되므로 그중 한가지 말만 잘해도 되는데 강당에서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강연을 간간이 몇마디씩만 알아들을뿐 내용연결을 못시키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열아홉명 한국 참가자들 대다수가 비슷한 형편이어서 다른 사람의 통역을 들어야만 했었기에 더욱 이런 경우 외국어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이 솟구쳤던 것이다.
가까이서 뵙기를 그토록 갈망하던 교황님과의 간격이 좁혀질수록 감격되면서도 안타까움은 고조되어 하느님께서 왜 나에겐 어학소질을 안주셨나……필시 그분은 나를 덜 사랑하시는 것이 아난가하는 비관적인 심경으로까지 마침내 비약하고야 말았다.
드디어 교황님께서 내앞에 당도했을 때 나는 그분의 양손을 따로따로 꼭 잡고 이마가 맞닿다시피 한 채 난생 처음으로『아이러브유, 빠빠』라고 말씀드렸다. 하기야「아이러브유」란 말을 신부인 내가 어느 누구에게 남발했겠는가. 그랬더니 교황님은 즉시 뚜렷한 목소리로『아이러브유』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그리스도의 지상대리자인 교황님이 내게 주신 이 말씀은, 조금아까 내가 주님의 사랑을 순간적으로 의심한데 대한 답변이 아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주님이 『나는 분명히 너를 사랑한다』는 말씀을 교황님을 통해서 들려주신 것으로 받아 들여야한다고 깨달았을 때 내 가슴은 뜨거운 감사의 념으로 넘쳤다.
결코 지워지지않는 이 강렬한 그날의 체험이후 나는 어느 순간에도 주님의 사랑을 의심해 본적이 없다.
이러한 만남의 바로 그 다음 수요일 알현때 교황님의 아그자에게 피격되시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뒤 상당히 오랫동안 수요알현은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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