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네릴」「리건」「코델리아」. 이들은 「리어 王」의 세딸 이름이다. 저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의 하나인 「리어 王」은 수세기를 거치는 동안 그 참담한 이야기로 무수한 독자들을 울려왔다. 자신의 영토와 재산을 분배하기 위해 딸들의 사랑을 확인하려했던 늙은 리어 왕, 그는 과장되고 왜곡된 두 딸의 사랑고백에 눈이 멀어 정직하고 순수한 막내, 코델리아의 효성에는 오히려 분노하고 만다. ▼영토를 나누어받은 두 딸의 냉대와 구박이 시작되면서 리어왕은 자신의 손으로 추방한 코델리아의 진실된 사랑과 효성을 비로소 확인하게 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랑스 왕비로 변신한 코델리아는 부왕의 참상을 전해 듣고 진격하지만 두 언니의 군대에 패배, 포로로 잡혀 죽게 된다. 죽은 딸의 시체 앞에 통곡하는 리어왕도 슬픔 속에 숨을 거두고 만다. ▼「리어」왕은 분명 부모와 자식ㆍ인간과 인간 사이에 빚어질 수 있는 비정상적인 관계에 대한 폴로와 문제제기가 핵심 줄거리다. 그속에는 공정해야 할 분배를 자기 중심적인 아집과 허영으로 불공정하게 타락시킨 한 인간과 몰락에 대한 통렬한 비웃음이 담겨있다. 순수해야 할 부모자식관계가 재물과 관련될 때 어디까지 침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16세기나 현재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같은 모양으로 인간관계에 끼여있다. ▼「개처럼 벌어 짐승같이 쓰라」는 옛말이 지금처럼 절실히 떠오른 때도 없다. 별로 마음에 쏙드는 문구는 아니지만 새겨볼 가치는 충분히 있기에 하는 말이다. 돈을 버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쓰는 행위가 더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 속에서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정한 분배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는 지금 바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노사간의 격렬한 갈등에서 확고히 입증되고 있지 않은가. ▼이 시점 사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화끈하게 돈벌어 알뜰하게(?) 쓰고 살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해온 나태에서 하루라도 한 시각이라도 빨리 깨어나자는 것이다. 근로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누울 때 눕더라도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그 말 한마디 뿐이다. 근로자. 사용자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는 원칙외에 우리가 선택할 것은 현재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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