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에 오래 종사하다 보면, 대개의 역우 그 직업에 맞는 사고 (思考)와 일정한 행동양식이 몸에 배게 된다. 가정과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담고 있는 직장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게 되고 그물에 젖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직업군인생활을 오래한 사람들은 군복을 벗고 넥타이를 매고 다녀도 벌써 걸음걸이나 말씨, 행동이 군인임을 쉽게 알아차릴수 있다. 이들이 퇴역한후 민간인으로 살때도 역시 과거군인이었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수 있게 한다. 그것은 명령 투의 말이나 일사불란하고 절도있는 일의 진행, 규율과 규칙을 엄수하려는 생활태도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직생활을 오래한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외모부터 어질고 자애롭게 보일뿐 아니라 말씨나 행동이 속세의 때가 묻지 않아 깨끗하고 맑게 느껴진다. 한가지 대표적인 예로 1984년 5월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 나라를 바오로 2세가 우리나라를 방문, 6일간 체류하면서 여러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대면하고 또 텔레비전으로 그분의 모습이 반영됐을때 비신자들까지도 교황성하의 인자하고 자애로운 모습에 감탄을 했다고 한다.
또 교직생활을 오래한 교사들도 언행에 있어 교육자로서의 품위와 고매한 인격을 갖추고 있음을 느낄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직업에 걸맞지 않거나 쉽게 정체를 알 수 없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우리주변에서 많이 대하게 된다.
겉으로 보아서는 얼굴 모습이나 차림새들이 점잖고 의젓해 보이는데도,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고 듣기에 거북하고 심지어 이맛살을 찌푸리게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장소와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켜가며 자신의 목적을 성휘하려는 야심가들로 볼수 있다. 남에게 잘보이려하고, 때에 따라서는 거짓말도 예사로 하며,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면 상대방을 짓밟고 심지어 죽이기까지하는 경우를 우리는 생활주변에서 목격하고 있다.
자신의 목적성취를 위해 자기 몸색깔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동물가운데 카멜레온이 있다. 도마뱀류인 카멜레온음 환경에 따라 몸색깔을 자유롭게 변화시키면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긴혀를 뻗어 잡아먹는다. 양쪽의 눈이 따로따로 움직이면서 주위를 경계하거나 먹이를 찾는 이 동물은 보호색(保護色)으로서 빛의 강약 ㆍ 온도 ㆍ 감정의 변화 등으로 몸의 빛깔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카멜레온이 목적달성을 위해 자기 몸새깔을 자유로이 변형시키듯이 우리 인간사회에도 이와 흡사한 무리가 적지않은듯 싶다. 체색(體色)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살아갈수 없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어둡고 어지러운 세상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쨌던 그중의 한예로소위 정치한다는 사람들을 들수있다. 오늘은 여당을 하다가 다음날은 야당을 하고 또며칠안가서 야당에서 다시 여당으로 돌아선 예를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그렇게 급조 체색을 달리하는 것이 과연 국가나 국민을 위해 하는것인지, 아니면 그 개인이나 당(棠)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요즘에 와서는 종교를 체색변형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선거철이 임박해서 부산하게 성당을 찾아다니며 신자임을 외쳐(?)대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부슨 길흉사에 큼직하게 명패를 달아 꽃이나 화분을 보내는 것은 다반사가 되었다. 심지어 교회의 큰 흉사에 나타나, 표를 의식한 나머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대는 추태도 한 예였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가있는 것이라할까.
어쩌면 정치하는 사람들의 생리가 그래야 되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원래 정치란 자유자재의 몸색깔 변화를 전제한 바탕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버젓이 영명까지 밝히면서, 천주교 신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절에가면 불교신자 행세하고 개신교에가면 개신교신자처럼 유연하게 행동을 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최근 모월간지에는 인터뷰까지 실어 『하느님은 어디에나 다 계시는데 신구교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 고 교회일치에 거보를 내딛는듯한 발언까지 서슴없이 한모양이다.
또 어떤 사람은 초상집에 문상오는 조객들에게 열심히 명함을 나누어 주면서 『000입니다』 를 연신 허리 굽혀가며 외우는 광경도 있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걱정스럽다. 적어도 국회의원이나 혹은 그위를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사리(事理) 정도는 구별할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식장에 가서 동천(動天)지경의 울음을 터뜨리고 초상집에 가서 박장대소(拍掌大笑) 했다는 어떤 우인(愚人)의 우를 양식있는 선량후보들이 재연한대서야 말이 되겠느가.
특히나 삶과 죽음의 근본문제를 다루는 종교를 정치적 이용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자기 한사람의 목적성취와는 별개로 많은 천주교인들이 잘못 판단하고 행동하게되는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도『남에게 악표양을 보이는 사람을 차라리 연자맷돌을 목에걸고 물에 빠지는 편이 더낫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있지 않는가.
또 이런 말도있다. 『사람이 천하를 다 얻고도 자기 영혼에 해를 입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국회의원이 되는것도 좋은 일이고 나아가 대통령이 되는것은 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다른 신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의 구령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잘못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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