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댁과 떠나는 즐거운 동해안 자동차 여행이었다.
원래는 2박 3일 코스로 생각했는데 비 때문에 1박 2일의 촉박한 여행이 되었다.
가는 도중의 경치도 아름다웠지만 막상 한계령에 도착하니 정말 대자연이란 위대한 예술품이라는 것을 느꼈다.
꼬불꼬불한 길을 돌때마다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났다.
저녁 7시 정도에 외삼촌께서 해마다 묵고 가신다는 민박집에 도착하였다. 여장을 풀로 저녁을 먹고 나자 삼촌들께서 앞개울로 고기잡으러 가자고 제의하셨다. 그래서 긴 바지를 입으면 불편할까봐 짧은 바지를 꺼내기 위해 엄마께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해서 트렁크를 열었다. 막상 열고나니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옷을 찾다가 열쇠를 가방 옆에다 놓고 왔다는 것을 모르는 나는 무심히 자동차 문을 닫아버렸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오는데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외삼촌 차로 인근 자동차 써비스 센터로 갔으나 열쇠의 고유번호를 몰라 망설이다가 마침내 왕복으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속초까지 가서 열쇠장이를 불러오기로 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기적의 패」의 주인이신 성모님께 기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께서는 절 사랑해 주시니까 제가 잘못했다면 용서해 주실 거예요. 제가 혼나더라도 참을께요. 성모님 제발 도와주세요』이런 기도를 되뇌어 계속 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솔직이 말하면 아빠께 꾸중을 들을까봐 겁났던 것이다.
11시가 지나자 열쇠 할어버지께서 오셨지만 이 차에 맞는 열쇠도 없고 만들수도 없다고 하셨다. 우리는 절망에 빠졌다. 『성모님, 열쇠를 꺼낼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하고 기도하는 순간 엄마와 삼촌께서 뒤의 스피커를 떼어내면 어떨까 하시며 떼어내셨다. 기적의 성모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스피커를 떼어내고 전등을 비추자 빛이 닿은 곳에 열쇠가 있었다. 다행히도 삼촌 팔이 그곳까지 닿아 꺼냈다.
이튿날 아침 기회를 엿보다가 아빠께 용서를 빌었다. 물론 어떤 성인군자도 이런 일에 화가날 거라는 생각에 내적 갈등을 감수하고 말씀드렸다. 그런데『다 지난 일이야. 상관말고 오늘 즐겁게 놀자』하시는게 아닌가! 다시 한번 성모님께 감사드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즐겼다. 올때에는 전에왔던 진부령으로 왔는데 도중에 충돌사고가 유난히 많았지만 우린 모두 건강히 다녀왔다. 덕분에 좋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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