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달로 통징되고 있는 「잔인한 달 4월」의 위세가 퇴색돼가는 현싱이 너무나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달이면 달마다 끔찍한 대형 사건사고가 잇달고 있어 한달 한달을 마무리하기가 두려울 지경에까지 와있다.
지난 8월은 태풍과 수해의 악몽에서 채깨어나지도 못한채 노사분교에 몸살을 앓고있다가 이른바 「오대양 집단자살극」으로 마지막 주말을 장식했다.
한국판 「人民寺院사건」으로 비견되는 학순자 여인의 「오대양 집단자살극」은 인민사원사건에 비해 비록 그 규모는 크지않다고 하더라고 인간의 상식선에서 볼 때 상상을 초월한 끔찍한 사건이 아닐수 없다.
이 사건의 전모가 어느정도 밝혀지면서 사건배경과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는 있으나 여ㆍ야의 개헌협상, 노사분규 등 정치ㆍ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굵직한 현안문제들로 인해 그 충격이 어느정도 상쇄되어가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이 사건에 대한 배경과 경위 문제점 등 실상은 일반 보도매체들에 의해 소상히 밝혀져 있기때문에 특별히 사건의 실상에 대해서는 부언할 말이 없다고 본다.
이번 사건의 주모자인 박순자 여인은 「광신도 종교집단의 교주」「사채 사기꾼」「존경받는 사회사업가」로 위장 또는 변신하면서 예견된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사채 사기놀음과 위장된 사회사업가 행세는 흔히 접해온 현상이기에 이들 현상만으로는 충격이 그다지 크지않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 문제가 광신적은 사이비 종교의 신앙과 맞물려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기성 종교들에게 주는 교훈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음에 유의해야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회로부터 도피해 있던 수많은 자생 또는 수입된 신흥종교들이 80년대 이후 그간의 폐쇄성과 소극성을 탈피, 대도시로 몰려들면서 본격적인 포교활동을 전개, 그 교세가 날로 창궐하고 있음에 반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박여인의 사교 행위는 80년대에 시작된 것이지만 페쇄성을 견지해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특징은 이 집단이 페쇄성을 극복하고 신흥종교로서의 면모를 갖출수 없는 자기 약점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입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유사종교ㆍ사이비종교ㆍ사교ㆍ이단 등의 발생은 기성종교의 역기능에서 파생되고 잔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회당국은 사회의 병리현상인 물질주의ㆍ물량주의ㆍ성장제일주의ㆍ개인주의ㆍ관료적 권위주의 등을 고발하고 치유해야할 기성종교들이 오히려 그러한 경향들을 교세확장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종교내부로 끌어들이고 중산층의 종교로 변신하고 있다는 신흥조욕들의 비판에 귀기울여 교회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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