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교회와 미디어는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왜 오늘의 교회는 미디어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단말이가? 무엇때문에 부제반이 미디어 워크샵에 참여해야 하며, 왜 신학교에 미디어와 관련된 정규 교과목이 마련돼야 하는 것인가? 또 교회지도자들이 왜 국제적인 미디어 전문가 회의를 정규적으로 개최하고 있는가?
금번 키토 국제회의에 다녀와서 이같은 일련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다음과 같이 엮어보았다.
오늘을 사는 대다수 현대인은 본인의 의지나 인식여부에 관계없이 신문ㆍ잡지ㆍ만화ㆍ영화ㆍ라디오ㆍ텔레비젼ㆍ비디오ㆍ광고 등 각종 대중매체 환경을 벗어나 생활할수 없게끔 되어버렸다. 혹자는 우리 모두가 「산소와 광고와 전파」로 혼합된 현대판 공기를 숨쉬며 산다고까지 한바 있다.
이들 미디어가 뿜어대는 메시지 내용은 곧 대중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직결되면서 깊은 잠재의식 속에 축적되어 가치관으로 고착되어갈뿐 아니라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좌우하면서 인격형성에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TV를 위시한 매스미디어를 「제2의 神(The Second God)」이라고까지 부르게 되었다. 일반적인 신의 개념이 비가시성을 띄며, 시간을 초월해서 어디에든지 존재하며, 인간의 내면세계에 은은하게 역사하듯이 전파라는 제2의 신도 비가시적이며 지구상 도처에 항시 존재하며 특히 FM방송전파의 경우는 심지어 잠못 이루는 청소년들의 침실에까지 은밀하게 침투하면서 종국에 가서는 젊은이들의 인격과 심성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문제의 초점은 미디어가 형성해놓은 변질된 가치관이 교회의 가르침과 복음가치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2의 신은 우리에게 행복은 물질소유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해주면서 순수한 인간의 성취욕을 탐욕으로 변질시켜놨으며 끝없는 염원을 창출케하여 지속적이로 불안을 야기시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시되는 것은 미디어가 우리의 경험영역을 좁히고 미디어화한 변질된 허구의 세계를 실세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함으로써 복잡한 현대세계가 요구하는 올바른 가치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질만능 사상에서 연유된 비인간화 추세를 부채질하는 미디어 메시지는 분명 현대교회에 엄청난 도전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무엇인가? 미디어는 속세일이니 복음전파를 위한 교회사목활동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마냥 외면해도 되는 것인지.
이같은 심각한 문제의식하에서 지난 6월 17~29일 사이에 남미 에콰도르의 소도키토(Quito)시에서 개최된 교회내 미디어전문가 국제회의인 UNDA(방송기구/OCIC영화ㆍ시청각기구)는 금번 주제를 「미디어와 문화환경조성 및 복음가치관의 상관관계」로 잡고 신학 및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해본 것이다. 전세계 6대주 85개국에서 4백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3편의 발제논문 검토와 5일간에 걸친 그룹토의형식의 주제에 대한 심층접근 결과 몇개의 주요건의사항이 채택되었다.
첫째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춰 앞으로 다가올 심각성에 비춰 앞으로 다가올 시노드주교회의의 주제로 이 문제를 채택해달라는 건의와, 둘째는 지역교회에 대한 건의내용으로 미디어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Media Education)이 교회 각급차원에서 이뤄지도록 다각적인 방법이 중점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역교회는 미디어 환경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이 매일 접하게되는 미디어 가치관과 간헐적으로 접하는 복음가치관 사이의 괴리현상에서 빚어지는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교회사목자를 위시한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 등 모두에게 확산되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이어야 함이 강조되었다. 특히 미래의 사목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신학생 및 부제반을 대상으로한 특수 단기 미디어 연수교육및 정규 커리큘럼으로 미디어에 대한 과목이 채택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동시에 평신도는 물론 비신자를 포함하는 각급 대상자를 위한 미디어교육 실시의 필요성이 누누이 강조되었다. 「미디어교육」이란 미디어환경에 대한 상황소개와 미디어환경이 현대인 특히 젊은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각종 역기능현상을 일깨워줌으로써 각자가 좀더 책임성있고 식별력있으며, 선별적인 수용자가 되도록 무장교육을 시키자는 움직임이다. 미디어가 제공해주는대로 무턱대고 받아먹는 설사형 수용자에서 가려먹을줄 아는 소화형 수용자로 탈바꿈시키고자하는 훈련교육으로 TV 예방접종(Tele-vaccination)운동이나 TV바로보기 운동과 같은 차원이며 동일한 맥락에서 TV시청거부운동이라든가 시청료납부 거부운동이 본질적으로 이해될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광주 가톨릭대학이 1년전부터 미디어 관련과목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은 바로 이같은 가톨릭교회의 전세계적인 추세에 대한 시의적절한 응답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이론과 실기로 나누어 1ㆍ2학기에 걸쳐 번갈아 제공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스튜디오까지 설치할 계획으로 강론연습등 실기과목을 실습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서너번에 걸쳐 실시되었던 부제반대상의 미디에 워커샵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부언하고 싶다. 아울러 지난 7월 3~19일에 걸쳐 2주간 서울신학교 부제반 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매스컴 워커샵도 이같은 방향적 과정에서 그 중요성이 평가되어야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광주처럼 서울에서도 정규과목의 하나로 매스컴 관련과목이 채택되기를 희망하며 동시에 금년과 같은 1차 워커샵이 내년에는 대두신학교 후년에는 수원신학교 부제반으로 차례로 이어지면서 정규과목채택의 씨앗을 뿌려 제2의 신에 대한 충분한 시직으로 무장된, 따라서 현시대에 적합한 미래의 사목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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