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그렇게도 갈망하던 세례를 받으며 무딘 가슴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이루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부끄럽지 않은 신앙생활을 해나갈 자신이 없다고 보아야 옳을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세례를 받기위한 마지막 수업에 불참했고 내 신상에 괴로운 일들이 밀어닥쳤다. 사랑이 으뜸이어야 할 근본정신이 미움고 저주로 얼룩져, 내 비좁은 가슴은 편하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마귀의 장난이라했고 난 거부도 수락도 할수 없는 상황에 울면서 주님의 뜻에 맡겼다.
그러던차 강영구 신부님의 집전으로 성신강림대축일에 엘리사벳 본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감격해 흐느껴 울었다.
신앙을 갖고부터 거듭 참되게 살기를 기도하며 때로는 회의에 빠질때 강신부님의 격려말씀은 커다란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잇따라 남편을 제외한 세자녀도 세례를 받은 후 신자가족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그러나 지난 부활절 직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냉담을 하게 되었다. 어떤 연유에서 남편의 비위를 거슬려 그이의 마음이 몹시 상해 그 화풀이로 신앙생활에 철퇴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냉담생활 중에도 천주님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계셨다. 내 정성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무수히 죄의 사함을 빌었다. 한편으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우선 받아들여야 했고 남편에 순종 하는 아량을 보였다.
그것이 신앙생활을 탐탁찮게 여긴 남편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내가 이길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있기 때문에 레지오 부단장이란 직책을 내놓으면서 냉담에 이른 것이다.
차츰 그이의 울분도 엷어가고 그이의 마음을 유리알 들여다보듯한 난 살며시 성당의 종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멀지않은 날에 그이와 정답게 우리 가족이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날이 올것이란 신념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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