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교회는 그 양적인 측면에 있어서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가 이 성장에 결맞는 성숙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지에 관해서 여러 사람들은 깊은 회의를 표하고 있다.
그들은 오늘의 교회가 성장이라는 장막에 싸여 진정한 성국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 사례로는 현재 우리 교회의 일각에서 발견되는 권위주의적 문화 풍토나 물질주의적 경향을 들고있다.
현재의 교회를 이와같이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교회의 위기를 말하며 교회의 내적 쇄신과 이를 통한 전정한 성숙을 희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성취하기위한 정신운동의 새로운 전개를 갈망하고 있다. 이들의 상황인식에는 일리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사실 오늘의 교회에는 자기쇄신과 성숙이 요청되고있다고 판단된다. 교회는 이 자기쇄신과 성숙을 항상 요청받고있는 것이기도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순교자의 달」에 교회의 쇄신에 대해 생각하며, 쇄신과 순교의 관계를 주목해보고자 한다.
교회의 쇄신은 그리스도의 얼과 삶을 본받아 실천하여, 그리스도교적 영성을 강화해 나가는데에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교회는 자신의 역사와 전통을 항상 새롭게 조명해 왔다. 그렇다면 오늘의 한국교회도 자기 쇄신의 원동력을 자신의 역사와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교회사의 요체가 순교정신이라 할때, 그것은 오늘의 우리 교회를 쇄신하는 행동적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순교자는 「어리석은 십자가의 죽음」을 사랑함으로써 이땅에서 그리스도의 정신을 펼쳐 나가고 그 삶을 살고자 했다.
순교자는 당시 사회의 영향과 문화를 거부하고 참다운 가르침과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고자 했던 이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던 사회의 정신적 풍토를 그리스도교적으로 바꾸려했고 이를 위해 먼저 교회의 가르침에 철저하고자 했으며 자기 희생적 삶을 선택했다. 그러므로 그들은 당시 사호와 문화에 종속되지 아니하고 그 사회와 문화를 새롭게 변혁시키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당시의 교회는 사회의 지배를 받는 교회가 아니라 사회에 빛을 비추어 주는 교회가 되었다.
그런데 현재의 교회에 대한 비판적 지적은 오늘의 교회가 현대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침윤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교회가 사회의 질병을 치유하는 교회가 아니라 병든사회의 병든교회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리교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쇄신을 성취하는 데에는 자기 희생적 순교의 정신이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요청된다 하겠다. 순교의 정신을 바탕으로한 교회의 쇄신을 통해 우리 교회는 세상에 지배당하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이끄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순교자의 달에 이와같은 점을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정신운동의 새로운 전개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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