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수녀님들의 주머니가 요술주머니였다. 주일학교 꼬마들이 길거리에서 수녀님을 만나면 반갑다고 뛰어가고 수녀님 역시 귀엽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껌이나 초코렛을 나누어준다. 꼬마들에게는 수녀님이 천사와 같고 수녀님 주머니는 하느님께서 언제나 맛있는 과자를 가득 채워주시는줄로 알았다. 그래서 여자아이들은 나도 어른이되면 수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신부님 방에는 없는 것이 없다. 보는 것마다 신기한 것 뿐이고 맛있는 과자는 끊일 날이 없다. 추운 겨울날 복사를 하고 신부님 방에서 난로불을 쪼이고 맛있는 과자를 얻어먹으며 천사들 이야기, 성인성녀 이야기를 듣던 추억은 일생토록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도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예수님이 언제나 풍성한 과자를 신부님에게 주시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은 나도 어른이 되면 신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 요즈음, 수녀님들이 우리의 어린시절처럼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것 같다. 그분들의 주머니는 텅 비어있고 매사에 너무 바빠서 꼬마들 머리 한번 정답게 쓰다듬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꼬마들을 만나도 떳떳하지가 못하다. 꼬마들이 좋아할 사탕하나도 주머니에는 없으니까 말이다. 성당 주변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찾아보고 싶어도 빈손으로 가기가 민망해서 선뜻 나설 수가 없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올해는 국민의 83. 5%가 구정을 쇤다고 한다. 옛부터 설날이 되면 이웃간에 음식을 주고받으며 인정을 나눈다. 요즈음에는 선물의 형태가 바뀌면서 선물은 무거워져도 인정은 가벼워졌다. 2~3천명 신자들이 설날 인정을 나누면서 신부님과 수녀님도 한몫에 넣는다면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은 선물더미에 묻히고 말것이다. 그분들은 그많은 선물들을 들고 이웃도 찾아 나설수 있고 꼬마들도 반갑게 맞을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신자들의 손을 통해 그분들의 사랑의 주머니를 채워주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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