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에서「맹신자댁 경사」를 외국어로 번역하여 공연한 일이 있었다. 딸을 시집보내는데 신랑감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듣고 몸종을 대신 출가시키기로 한다. 결혼식날 나타난 신랑감은 절름발이 아닌 잘생긴 총각이란 온 식구가 통분해하는 코메디였다.
◆장애자 입학문제
연극 중에 신랑감이 절름발이라는 것을 주인에게 알리는 장면에서 머슴한명이 다리를 절룩거려 보이고 덩달아 다른 머슴, 하녀들이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희극적인 연기가 극장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필자를 외국사람과 함께 구경을 하다가 약간 당황했다. 옆에 앉은 외국인들의 표정이 웃음기가 가신 싸늘한 얼굴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남의 신체적 결함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유명하고 낯익은 이 희극, 조금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 웃음이 바로 우리사회의 풍토라는 것을 실감했다.
금년에도 몇몇 대학에서 신체장애자라하여 입학이 허락 되지 않은 사건이 벌어져 한동안 세상이 떠들썩했다. 물론 학교의 이유가 있긴 했겠지만 특히 종교 계통의 학교에서 이런 문의를 일으켰으니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행히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긴 하였으나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우리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휠체어 다닐 건널목 없어
우리사회만큼 신체장애자에 대해 배려가 없는 사회도 드물 것이다. 인구 9백만이 넘는 수도 서울의 큰길에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둔덕없는 건널목이 없고, 공공건물도 계단아니면 오를데가 없는 곳이 허다하다. 아파트를 지어도 계단을 몇개 올라가야 승강기를 탈수 있으니 이것은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할 사람은 아예 나다니지 말라는 식이다. 심지어 새로 만든 지하철역까지도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았다. 「선진조국」을 부르짖는 마당에 이면에서만은 유독 후진성을 면하지 못했을뿐 아니라 아예 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무슨까닭일까? 이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라는데서 기인한다.
우리사회에서는 신체장애자라는개념자체를 고쳐야 하겠다.
『이 세상에는 신체 장애자란 없다. 다만 여러가지 일에 있어서 사람에 따라서 능력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前週 가톨릭신문에서 읽은 이글귀가 올바른 개념을 일러주고 있다. 실제로 장애자는 신체 어느 한분야의 활동능력이 없다는 것일뿐 전인간적인 인격면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노래 못하는 음치가 있고, 방향감각이 둔한 방향치, 또 수학못하는 수치가 있듯이 손을 쓸수없는 사람, 다리를 쓸수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음치가 음악을 전공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예컨대 색조에 민감하면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또 방향치는 운전은 힘들겠지만 다른 방면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손없는 사람은 손으로하는 일은 못하겠지만 발로하는 일은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또 눈이 안보이는 사람은 남달리 촉각이 예민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수많은 능력 가운데 어느 하나만 결함이 있다는 것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불편없는 제도ㆍ시설 마련을
생각해보면 이 사회에서는 정상인이라는 사람들도 언제나 어느 한분야의 능력만을 활용하며 살고있다. 주로 두뇌만을 활용하는 학자나 작가가 있는가하면 손재주를 활용하는 세공업자도 있다. 특히 현대처럼 세분화된 사회에서는 각자 한가지 분야에 능력이 뛰어나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사회는 제각기 한가지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곳이다. 이러한 개개의 능력발휘가 골고루 다양하게 필요한곳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장애자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위치에서 각기 다른 자기능력을 발휘하는 인생을 살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사회는 모든 개인이 생긴대로 자기 인생을 살아나가는데 불편이 없는 제도와 시설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달릴 수 있는 차도가 있듯이, 두다리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걷는 보도가 있듯이, 휠체어가 불편없이 구를수 있는 둔덕없는 길과 건널목이 있어야 한다. 건물에도 계단 아닌 다른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전철역이나 기차역에도 승강기가 있어야 한다.
일전에 장애자 입학문제가 물의를 일으키자 문교부에서는 장애자 입학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 기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신체조건의 학생도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을 학교안에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자신이 장애자라는 생각조차 지워버리게 될 환경을 만드는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선진조국」의 척도를 고층건물이나 수출고에만 둘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 대한 인간존중에 두면 우리나라는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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