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매일 술만마시고요, 엄마는 하루종일 화투만 쳐요』
『그럼 넌 뭘하고 놀지?』
5,6세 됨직한 꼬마는 대답대신 길거리에서 주운 더러운 젓가락으로 깨진 소주병을 두드리며 알 듯 모를듯한 유행가를 천연스럽게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1월말 취재차 사북ㆍ고한탄광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
소위인생 막장이라 불리는 그곳에는 어린 꼬마들까지도 젓가락 장단과 화투놀이에 물들어 있었다. 그들이 늘보고 배우는 것이 그런 것들이었고 특별히 다른 놀이감이 없기 때문이었다.
장사에 실패한 사람, 농사 짓다 빚진 사람, 전과자에 대한 백대가 싫어 도시를 떠난 사람. 그런 사람들이 이뤄 놓은 탄광도시에는 돈에 대한 압박감이 오히려 쾌락과 타락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돈이 절대적인 가치였지만 오히려 돈을 포기하고 정신마저 막장에 던져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돈 많이 벌어 남부럽지 않게 자식교육을 시키겠다던 그들이 술과 노름에 빠져 자식교육은 관심밖의 일로 던져 놓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책방 영화관 등 변변한 문화시설 하나없이 교육환경 제로지대로 남아있는 그곳에도 자녀교육과 주부들의 여가활용, 탄가루 속에 심신이 지쳐버린 광부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조그만 물결이 일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북ㆍ고한본당이 고한지역에 새성당을 지어 광부와 그 가족들이 위한 문화센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주부교실, 도서실, 유아원…등등.
교회가 정신마저 막장에 던져버린 그들에게 진정 위로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였다. 비가 새고 붕괴위험마저 있는 낡은 성당을 헐고 새성당을 짓겠다는 그 들의 꿈이 언제쯤 성취될 수 있을것인지….
얄팍한 월급봉투를 다 털어도, 주부들이 떡을 메고 광산촌을 하루종일 헤매어도, 청년들이 풀빵장사에 나서도 1억여원의 공사기금 앞에는「코끼리 코의 비스켓」격이다.
인생의 막장에서 꽃을 피우려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조그만 정성이 모아지기를 마음 다해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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