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혜성이 온다. 핼리혜성은 우리 눈에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있을 때는 꼬리가없고 덩치도 작지만 태양에 가까이 오면 꼬리가 생기고 부피도 훨씬 커진다.
38년전 태양계의 가장 먼 별나라 명왕성 근처에서 작은 먼지덩어리로 출발한 이혜성은 거대한 고리로 찬란한 가스를 내뿜으면서 지금 목적지 태양을 향해 성난 모습으로 돌진하고 있다.
성경에 나타난 예수도 여러가지이다. 예수의 모습을 그린 성화에서 예수는 인자하고 유순한 모습으로 나타나신다.『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되어라』로 시작되는 산상설교나『방탕한 생활 끝에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설교하시는 예수님은 정말 인자하신 우리 주님이시다.
그러나 수난과 죽음의 대단원이 전개될 숙명의 도시「예루살렘」에 가까이 갈수록 예수의 모습은 혁명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거짓 신앙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는 바리사이파 학자들에게『회칠한 무덤, 독사의 무리들』이라고 격한욕설을 하실 뿐만 아니라 성전뜰안에 들어가서는 장사꾼들을 거칠게 몰아내신다.『무거운짐을 진 사람은 다 내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는 달콤한 말씀은『나는 평화를 주러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는 혁명적인 내용으로 바뀐다.
만일 예수가 갈릴레아 호숫가에서 평화의 설교만을 하셨다면 결코 죽음을 당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아무리 포악한 전제군주라 하더라도 시골 촌구석에서 윤리를 설교하는 선각자를 해치지는 않기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는 단순히 권성징악을 설교하는 윤리철학자가 아니었다.
거짓 신앙의 허울로 부귀와 영화를 독차지하는 위정자들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혁명가이었기 때문에 캄캄한 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연행되었고 심야재판을 받았으며 사형을 선고받았다.
격노하신 예수의 모습은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미지근한 마음을 내치시는 혁명가의 모습이요,구원을 위한 희생을 향해 칼을 잡기를 명령하는 총사령관의 추상같은 모습이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다 보지말라』는 불굴의 용사의 모습이다.
혁명이 성공하려면 만반의사 전공작이 있어야하고 게릴라 작전과 같은 기습공격이 감행되어야 한다. 예수가 선동하는 혁명에서는 사전공작이 마음의 회개이요 기습공격은 불의를 사랑으로 복수하는 양동작전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혁명전선이나 민족해방전선과는 다른 것이다. 예수의 혁명은 유다스나바라바 따위의 무리가 기대하는 정치적 혁명이 아니요 마음의 혁명이었던 것이다.
혁명이 쟁취될 영광의 도시 예루살렘성으로 돌진하는 성난 예수의 모습은 긴 꼬리를 내뿜으며 태양을 향해 질주하는 핼리혜성의 모습을 연상케한다.
핼리혜성은 2월 9일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였다가 4월 11일에 다시 지구 가까이로 돌아올 것인데 밝기가 더 밝아지고 꼬리도 더 길어 진다고 한다. 태양에서 죽음으로 산화되었다가 더 큰 사랑의 빛과 더 긴 영광의 꼬리를 달고 부활하여 돌아오는 핼리혜성의 달라진 모습을 어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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