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초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녀에게서 온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이곳 수녀님과 함께 마취과 여의사의 집에 초대받아 갔었습니다.
남편은 비뇨기과 의사였고 온가족이 독실한 신자였는데 얼마나 열심한 분위기인지 부러웠고 아이들의 종교교육 프로그램과 그들이 만든 성모님과 예수님의 스크랩 북을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나빠진들 얼마나 많이 나빠질 수 있겠습니까?』
◆부러운 종교교육
이것을 읽으며 의아스런운 것을 지나 놀라고있는 것은 도리어 나였다. 왜냐하면 이 수녀는 몇대 전 조상부터 믿었고 친척 중에는 성직자 수도자도 상당히 여럿이 있는 구교우집 딸이기 때문이다. 몇대째 믿어온 구교우집에서 자라 수녀원에 들어온 사람이 교우가정의 종교적분위기와 자녀교육의 훌륭함을 보고 부러워하고 있는것이다.
나야 유고가정에서 교육을 받았으니 교우가정의 자녀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상상할 체험적 기초가 없다. 수도 생활을 하면서도 전교수녀 경험이 없으니깐 불우한 환자가 고통받는 이들의 가정을 찾아간 외에는 이반신자 가정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늦게 영세들을 한 우리 집에 일년작인데 그때마다 나는 우리집에는 아직도 신자가정 분위기가 안된 것을 몹시 아쉬워하면서 지켜보았다. 그에 하루정도 머물고 오는 것이 그래도 4살ㆍ2살의 두형제가 몹시 개구장이라 방안에 있는 것은 모조리 흠이 나고 부서지고 비닐장판에도 빤한곳이 없이 상처가 나있었는데 탁상위에 성모상이 묵주를 손에 걸은채 아무런 흠없이 서있는 것은 신기스러웠다.
그것은 「아멘」이기 때문에 절대 만지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새벽 4시만 지나면 자다말고도 증조할머니 방에 달려가 「아멘」하시라고 끌어 일으킨다는 것이였다.
그 꼬마들과 몇시간 지내다보면 머리가 다 벙벙해지는 것을 느끼며 내가 수녀원의 조용한 분위기에만 살아서 그렇다고 자성을 하곤했다.
◆하고 싶은대로 그냥 두나
우리 수녀회 창설자 신부님의 금경축이 있었던 지난해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손님들이 다녀갔다. 공항에서
내리는 손님을 맞아 여행이 편안했는가고 묻는 나에게 영국에서 온 손님과 프랑스에서 온 손님이 신기하게도 똑같은 답을 했다. 물론 다른날 다른 비행기로 온 손님들이다. 같은 것은 똑같이「대한항공」을 이용한 것었다. 영국에서 온 사람은 친구수녀였는데 그의 답인즉『그런대로 좋았다. 그런데 한국 어린아이들은 참「역동적」인데 놀랐다』Dynamic하다는 말이 칭찬하는 어투는 아닌것 같아 친구사이니까 무슨 뜻이냐고 솔직히 물었다.
그랬더니 세살 네살 정도의 예쁜 꼬마가 꽤 여럿 탑승하고 있었는데 그 긴 여행 중 도대체 잠도 별로 안자고 어찌나 시끄럽게 아빠와 엄마 사이, 앞자리 뒷자리를 오가며 장난을 치고 떠드는지 처음에는 귀엽게 지펴보다가 나중에는 지쳤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는 끝까지 그냥 내 버려두는 것이 더 놀랍다는 것이다.
속으로 나는 너도 수녀라서 아이들을 이해 못하는 것이겠지 했었는데 프랑스에서 온 손님들은 수녀가 아니라 손자손녀가 수십명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그분들 대답도 똑 같았다.
『대한항공이 싸서 좋기는 했다』
그런데 하고 이어서 하는 말이 『한국 아이들은 기운도 좋지만 엄마아빠들의 참을성이 더 놀랍더라』는 것이었다.
어느 본당미사를 갔다가 똑같은 것을 보았다. 아기들이 미사 중에 이리 저리 뛰고 떠들고 하는데도 부모나 어른들이 내버려두는 것이 어쩌나 신경쓰여졌는지 모른다. 저것이 자유롭게 키우는 방법인가? 저렇게 컸으니 공중질서가 무엇인지 알리없고 어디에서나 저하고 싶은대로 해야 인격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부모가 먼저 모범을
몇년 전 미국의 어느 조그만 도시 상당에서 주일 미사를 참례한 일이 있다. 젊은 부부도 상당수가 참석하여 성당이 꽉 차는 특이한 분위기였다. 두세살의 귀여운 꼬마들이 큰 눈을 깜박이며, 장궤틀에 의젓하게 앉아서 무엇이 신기하고 궁금한지 아빠의 귀에다 대고 소근소근 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아빠도 옆 사람을 의식시키며 소근소근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미사 중 하도 의젓이 있어서 끝난 후에 점잖다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그 아빠가 하는 말이 집에서는 너무 너무 아빠엄마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집에서는 그토록 개구장이들이지만 성당이나 공중질서와 예의를 지키도록 철저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의젓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인사도 정중하게 귀엽게 받는 것이었다.
수녀의 편지를 읽으면서 내 머리속에 이런 모든 기억들이 되살아 왔고 현대 우리 신자들의 가정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궁금해졌다.
한국교회의 1986년 사목지침이 「성체와 가정」이다. 가정의 문제가 한두가지는 아니겠지만 자녀교육의 문제가 역시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린이 교육에 전문가가 아니기에 「어떻게」라는 구체적 제안을 할수 없으나 적어도 부모님들이 자녀교육의 문제들을 깊이 의식하고 방법을 연구하되 형제와 이웃, 교회와 사회에서 함께 살기위하여는 생각하며 행동하고, 참고 극기하며, 이웃을 위해 양보도 하고 희생도 바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모님들의 생활속에서 모범을 보여주며 가르치는 것만이 가장 효과적인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완영 수녀
◇1936년生
◇59년 「성가소비녀회」입회
◇69년 성균관대영문학과졸업
◇69~73년 로마 「레지나문디」에서 수학,「그레고리오대학」에서 종교학 석사학위취득
◇76년 성가수녀회총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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