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부드럽고 탐스러운 눈이 자꾸만 자꾸만 쌓이고 있다.
오늘은 웬지 너희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고 아니 글로나마 이 벅찬 감동을 한없이 나열하고 싶구나.
어제 삼이와 혁이를 통해 너희들 한사람 한사람의 안부를 들었기 때문이야.
『대견하지 않으세요? 옛날 어지간히 수녀님을 괴롭히던 골통들이 고등학교 졸업반이니 말입니다』
그래 그때는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그때만 해도 신경예민했던 나와 40여명 사춘기 소년들과의 대립!
혹 너희들 중 한명이 없어지기라도하면 미친듯 역으로 형제원으로 찾아헤매던 그 아픔.
이제 그 고통은 사라지고 이렇듯 기쁨만이 남는구나. 아직 그 기쁨을 믿기엔 이르지만 말이야.
문득 어떤 이의 말이 생각난다. 행복한 추억이란 가장 값진 것이라던…
이제 그 괴로움도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고 믿고싶다.
『막상 소년의 집을 떠나려니 두려워요.
왜 좀더 열심히 못살았나 후회가 돼요. 그러나 다시 계획을 세우겠어요』하던 훈이의 말이 생각난다.
그래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웠다해도 그 계획이 행동에 투영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으며 마음속 품고있는 소망 중 제일 위대한 생활임을 기억하라.
이제 누가 권유하거나 강요가 아닌 너희 스스로 주님을 섬길때가 왔음을 잊지말아라.
오 영들아!
아직도 하늘은 하얗다.
공해에 찌든 검은 대지도 온통 눈속에 덮혔고 하이얀 초목은 소리없이 고요하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의 영광스런 졸업을 축하하며 멀리서나마 마음의 꽃다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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