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지역에서 노사분규 배후조정 협의로 성직자, 평신도가 구속 또는 연행된 사실은 교회내에 적지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울산 현대중공업 노사분규 배후조정 협의로 울산본당(부산교구) 주임 손덕만 신부가 일시 강제연행된데 이어 9월 1일 사북ㆍ고한본당(원주교구) 부설 가톨릭광산노동문제상담소 황인오 간사(라파엘ㆍ32)가, 9월 2일 장재동본당(마산교구) 주임 김영식 신부가 각각 탄광노사분규 및 옥포 대우조선 노사분규 배후조정 협의로 구속, 불구속 입건된 사실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본당, 나아가 교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세 사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노동쟁의 조정법(제3자 개입금지)을 적용시킨 경찰의 조치는 앞으로 교회의 노동사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그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곧 교회의 비폭력ㆍ평화적인 방법에 의한 노사분규 중재, 노동자 양성을 통한 노동현실 개선 등 일련의 노동사목활동이 「제3자 개입금지」로 인해 제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북ㆍ고한본당(주이ㆍ김영진 신부)은 황간사의 구속을 가톨릭광산 노동문제상담소의 기능마비를 통한 노동사목 방훼술책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교회내에도 『교회가 왜 쓸데없이 노사분규에 개입「3자개입」등의 분란을 일으키느냐』는 불만도 존재하고 보면 노동사목에 대한 인식개선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에대해 주수욱 신부(서울 노동사목회관 지도)는 『그동안 교회는 노사분규에 대해 그저 소극적인 자세로 우려내지 적대적인 감정만 갖고 왔던게 사실』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현장 노동사목의 올바른 정착 또는 노동사목에 대한 교회 전체의 인식변화를 위해 「노동에 대한 교회의 올바른 가르침」을 널리 알리고 미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교회가 노동에 대해 「가르침」을 내놓은 거은 수없이 많지만 교회 스스로 이를 실천하고 책임을 지려는 의식이 희박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85년 7월 한국 주교회의가 내놓은 사회사목교서 「이 사회의 인간화를 위하여」. 이 교서는 너무도 정통하게 오늘의 현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노동기본권의 행새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어용화되어서는 안된다. ▲경제발전이 이뤄지는데 따라 노동자들의 생활조건과 노동환경이 개선되고 노동자의 존엄성이 더욱 존중돼져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기업주는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조직할 권리와 아무런 보복의 위험없이 조합활동에 참여할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교회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회복이 우리 모두가 더불어 함께 형제로 살 수 있는 인간화 된 사회건설에 핵심적인 과제임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 기업, 노동자, 교회 무도에게 노동의 신성함과 책임, 권리, 의무를 그리스도 정신에 입각, 강조한 이 교서는 「6ㆍ29」이후 오늘의 노사분규가 생길것을 예상한 것 처럼 문구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그러나 이같이 훌륭하고 예언적인 교서가 「이 사회의 인간화」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오늘의 노사대립ㆍ폭력과 불신을 방치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몇몇 성직자와 수도자ㆍ평신도들이 「투신하는 마음」으로 노동계의 인간화를 위해 애쓰고있을때 이교서를 만든 교회, 곧 신자 모두는 방관자로서 그저 목소리만 키워왔는지 반성해볼 문제다.
그동안 교회는 역대 교황회칙에서 노동문제에 관해 교회의 투신과 실천을 요구해왔다.
교황 레오 13세의 「노동헌장」(Rerum Novarum),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노동하는 인간」(Laborem Exercens), JOC 참석자 까르뎅 추기경의 각종교의 논설, 그리고 한국교회 2백주년 사목의안들이 그것이다.
1백년전의 유럽노동현실이 10년전의 세계노동현실이 지금의 한국현실에 정확하게 드러맞을 수 없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애정, 정부와 기업가에 대한 촉구, 교회의 역할 증진에 관한 그 내용들의 전체맥락은 오늘 한국교회에 하고있는 당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사북에서, 울산에서, 옥포에서 행정력에 의한 제약이 있었고 그를 둘러싼 논란이 교회내외에 높이 일어도 교회가 정통적인 가르침에 따라 「알리고」「가르치고」「실천했다면」오늘의 극한 대립과 노동자의 사망, 깊은 노사간불신은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회한이 밀려오는 이유는 그때문일 것이이다.
주신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우선 교회지도자들부터 지역교회의 영신적 사도직에 충실했는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해왔던 노력에 비해 정작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 봉사해는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이 사회전체가 「노동사목」을 「제3자 개입」으로 이식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일임을 깨닫기 위해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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