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매년 굶어서 죽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이 있는가하면 많이 먹어서 죽는 사람도 수백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많이 먹는 사람은 덜먹고 조금 먹는 사람은 좀 더 먹는다면 세계의 경제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 같기도 하다.
배고픈 사람에게 가장 참기 힘든 유혹은「빵의 유혹」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것중에 음식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디오피아의 사막에서 기아로 쓰러지는 사람들에겐 한권의 성경 보다도 한덩이의 빵이 더 중요하다. 식욕은 신앙보다 더 기본적인 본능이기 때문일 것이다.
광야에서 40일동안 단식하여 극도로 허기진 예수에게 악마는 빵의 유혹을 던졌다. 이때에 예수는『사람이 빵만으로는 살지 못한다』는 유명한 말씀을 남기셨다. 이 말씀은 멱는 것 보다 더 종요한 무엇이 있다는 듯일 것이다. 배가 부른 사람에게는 이 말이 당연한 진리로 여겨진다. 그들은 먹고 사는데에만 신경쓰는 원시적인 생활을 하지않고 독서를 하고 예술을 논하며 자선사업도 하고 또 주일에는 교회에도 나가는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생활을 하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배고픈 사람에게는 이 말씀이 모욕에 가까운 망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지 못한다』는 말씀은 배가 고픈 사람에게 하신 말씀은 아닌듯하다. 돈을 모아보니 너무 좋아서 자꾸 돈만 모으는 사람에게 권력을 휘둘러보니 너무 신이 나서 계속 힘으로 약자를 누르는 정치인들에게, 그리고 박사학위가 주는 명예에 현혹되어 학문의 상아탑 속에서 안주하며 지식을 독점하는 학자들에게 예수는『사람이 돈 정치학문만으로는 살지 못한다』고 말씀하실 것 같다.
그러나 정말 배고픈 사람이 이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가 있다. 배가 고파도 간디처럼 진리를 위해 단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을 위해 죽음에 이르기까지 배고픔의 고통을 당하기로 자원한 사람도 있다.
악명 높은 나치의 아우스비츠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10호 감방의 포로 한명이 탈출한 죄로 열명의 포로가 죽을 때까지 물 한모금 먹지 못하는 아사형(餓死刑)을 당하게 되었다. 그중 한명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였을 때 열외에 서있던 포로한명이 대신 죽기를 자원하였다.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는 보름 후 1941년 8월 14일에 형제를 대신하여 아사하였다. 그는『사람이 빵으로는 살지 못한다』는 말씀을 가장 훌륭하게 증명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플란드인 콜베 신부는 1930년에 전교의 사명을 띠고 일본으로 가던 길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한 구절-『…기차로 시베리아를 거쳐 만주를 지나고 부산에 도착하였다. 한국은 내가 전혀 모르는 나라다. 그 경치를 구경하고 또 구경하여도 싫증이 나지않는 아름다운 나라다. …원죄없으신 성모께서는 그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를 다스리실 것이며, 거룩한 당신 아들 나라를 세울것인가!』사순절에 성인 콜베 신부의 숭고한 삶을 기려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