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수해의 복구를 위하여 충남 부여로 항햐는 버스속에서 나는 줄곧 이 문제를 생각하였다.
폭우로 인해 집과 가족 그리고 많지 않던 재산마저 잃어버린 이웃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나는 학교에서 모집하는 수해복구 작업반에 신청서를 내었던 것이다.
부여군에 도착해서 내가 배정된 곳은 내서리였다. 숙박할 곳을 잡고 마을을 둘러보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사태로 가옥이 몇채 무너져 있었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개울제방쌓기, 길고르기, 무너진 가옥정리 등의 일을 하였다. 처음에는 물에 잠겨 누렇게 썩어가는 벼를 마연히 바라보고만 계시던 어른들도 우리들과 함께 작업에 참여하실때는 뿌듯함과 더불어,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대 1개 쌓는 일보다 그들에게 의지를 심어주는 것이리라는 생각을 했다.
또 매일밤 마을 청년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갖고 농촌과 도시를 이야기하고 오늘날 농촌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의 시간도 가졌다. 마을 청년들의 대부분은 서울이나 서울근교의 거주자였으나 그점이 더욱 대화의 폭을 넗혀주었다. 비록 짧은 3박 4일이라는 기간이었지만 그동안의 노동과 대화를 통하여 다시 한번 농민의 삶에 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도시인이라는, 대학생이라는 일종의 우월의식속에서 그들을 도외시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신문지상에서 실리지 않은 수많은 농민들의 요구가 소리없이 무너져내리는 이때에 우리는 더이상 나 이외의 삶에 고개 돌리지 않는 외피적 삶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한발자국 다가서야겠다. 수해의 연급 얼마에 마족하는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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