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인간과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당신 교회를 파견하셨다. 그리스도의 파견에 응답하여 이 땅에 세워진 우리교회도 복음선포의 신성한 사명을 실천해왔다. 그 실천의 주역은 교회사에 기록되어있는 여러 증거자와 순교자였다. 복음선포는 그들의 가장 깊은 존재 이유였고 그들의 기쁨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신앙에 대한 고백과 증거를 계속해 왔으며, 목숨을 걸고 이웃에게 복음을 전했던 것이다. 교회창설이래 오늘날까지 역동적으로 전개되어온 한국복음화의 기초에는 바로 이 증거와 순교의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교회는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복음화의 사명을 지니고 있다. 교회는 복음화를 통해 격레를 구원하려하고, 겨레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을 겨레에게 선포하고, 그 사랑으로 자신과 이웃을 채우고자한다. 그리고 이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드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교회는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복음의 선포를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복음의 수용은 개인의 회개 및 사회와 문화의 변혁을 목표로 삼는다. 이 변혁을 위해서는 갈등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이 갈등과 고통을 극복하고 복음을 선포해 나갔다. 그렇다면 겨레의 복음화를 위해 우리는 한국교회의 순교적 역사전통을 되돌아보고, 여기에서 복음화를 위한 역사의 교훈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순교자와 증거자들은 당시의 문화풍토에서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오던 신분제적 질서나 불평등한 문화에 대해 비판과 고발을 단행했다.
그들은 권력·재산·국가·결혼제도 등 피조(被造)된 모든 것을 우상으로 받들기를 거부했다. 이 우상을 섬기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인 인간을 노예로 전락시키는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상대적인 것의 절대화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및 인격적 완성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오직 하느님만이 신성하고 숭배받을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고통을 달게 받고 죽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복음은 그들을 변혁시킨 본질적 요소였다. 복음은 그들이 모든 형태의 우상숭배와 농예상태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힘의 진원이었다.
이 아름다운 전통으로 점철된 우리 교회사는 겨례의 복음화를 위한 방향을 오늘의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있다. 교회사는 겨레의 복음화가 교회의 양적팽창만을 그 척도로 삼아서는 아니됨을 말한다. 순교의 전통은 겨레의 복음화가 물질과 권려과 쾌락을 절대시하는 현대의 그릇된 사회풍조를 거부하여, 겨레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다지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하는 일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또한 교회사는 복음화가 마음과 생활을 변혁시킨 결단이었음을 알려주며, 복음화를 위해서는 자기희생적 결단이 반드시 요청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순교자의 달」에 겨레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결단의 출발점에 서서, 우리는 항상 우리 교회의 순교적 전통을 생각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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