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요 사랑의 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성당에서 사랑과 친절을 느낄 수가 있는가 누가 성당에 나왔다 가건 말건 미사 때 내 옆에 누가 앉았건 말건, 혼자서나 열심히(?) 기도하고 찬미하다가 흩어져가는 현실 속에서 하느님의 백성이며 사랑의 공동체적 체취를 어디서 느끼고 엿볼 수가 있는가. 천주교회는 냉정하다. 알아주지도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친절하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었다.
그런데 냉정하고 불친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성당에 처음 나와본 사람일 때는 정말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신자들이 그런 말을 할 때는 한심하게 느껴지는 수가 있다.
우리 교회가 냉정한 것은 바로 냉정함을 느끼는 그 사람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먼저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신자들 모두가 인사를 받기만을 기다리고 사랑에 갈증을 느끼고만 있으니까 사랑은 없게 마련이다. 나는 사랑과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 성당에 나오는지 아니면 오늘도 내일도 나에게 인사해 주며 친절을 베풀어 주는 사람을 만나길 기다리려고 성당에 나오는 것인지를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당신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화를 입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즐겨 찾고 길에 나서면 인사 받기를 좋아하니 말입니다」(루까 11ㆍ43) 오히려「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요한 4ㆍ19)하셨듯이 우리는 누구나 먼저 사랑해야 하며「말로나 혀끝으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실하게」(요한 3ㆍ18) 사랑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제가 본당에서 일을 하려면 으레 지성인과 부유층을 만나고 사귀게 된다. 이것은 그들을 더 사랑하고 가난한 사람과 무학자들을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제가 혼자서 많은 사람을 다 만나줄 수 없기 때문에 知的으로 또는 재물의 여유가 있는 분들로 하여금 사도직에 나서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다. 가진 자들은 사회에서나 직장에서 많은 사람의 인사를 받고, 존경을 받기 때문에 성당에서도 자기들은 인정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인정 받으려는 모든 이가 먼저 이웃을 알아주는 사람이 될 때 우리 교회는 따뜻한 인정이 깃든 사랑의 가족이 될 것이다. 공자님은『德不孤, 必有隣』이라 했다. 성덕이 있는 사람에게 고독이 없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창세기에는「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2ㆍ8)고 하였다. 우리 교회를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기 위하여 무슨 고상한 이론이나 복잡한 방법이 있을 수가 없다. 문제의 해결은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다.
우리가 교회에서 하느님과 사귈 뿐 아니라 하느님과 사귀는 모든 사람이 서로 사귀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할 뿐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모든 이가 서로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통성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조경래 교수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호부터는 김수창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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