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고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남들처럼 새해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이것은 이렇게 하며 어떤 것은 이러이러하게 해야지 하고 제법 그럴 듯한 청사진의 새 설계를 꾸밀 틈도 없이 지난 한 해가 바삐 지나가고 77년 새해를 맞이해 버렸다. 평화의 날 오전 10시 미사를 마치고 미사 후 베풀어진 신년 교례회에 참석했다.
내일이 금년 들어 첫 주일이라 고등학생 교리시간에 들어가려면 가톨릭 신앙인이 새해를 맞는 의의를 어떻게 교리와 부합시켜 전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참고서와 볼펜 종이를 갖다놓고 머리를 짜는데 마침 텔레비젼에서 신년특집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교리교수안을 작성하면서 힐끗힐끗 텔레비젼을 보노라니 특집 드라마의 내용이 자못 심각했다.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하여 가산을 몽땅 털어넣고 그도 모자라서 부모들이 손발이 다 닳도록 뒷바라지 해서 공부 시켜 놓으니 자기네끼리 결혼해서 신식생활을 하면서 구식 노부모를 천대하는 며느리의 잘못을 친정어머니가 바로잡아주는 것이었지만 오늘이 설날이라 아직 집안 어른들께 세배도 미처 드리지 못한 나를 몹시 충동시켰다.
『당신은 성당 일이라면 자다가도 뛰쳐나가고 성당 학생들 교육은 잘 시키면서 집안 애들의 교육은 돌보지 않으니 어쩔 셈예요』하면서 짜증 섞인 불평을 아내로부터 종종 듣지만 그렇다고 그 많은 주일학생과 중고생들이 성당으로 몰려오는데 나마저 가정 사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손을 놔버리면 그들은 누가 이끌어줄 것인가!
그래서 아내의 말마따나 성당 일만 생각하다 보니 집안 어른들께 세배 드리는 것도 잊어버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금년부터는 지금까지 말로만「내일의 일꾼」이니「장래의 교회의 기둥」이니 하여 청소년들을 치켜세우면서도 실제에 있어선 10원짜리 뽀빠이 한 개 그들 손에 들려주는 것을 꺼리는 어른들께 청소년들이 진짜 내일의 일꾼이 되도록 적극적인 후원을 하도록 뛰어야겠으며 이와 함께 우리 본당 중고생들이 지금껏 도외시되어왔던 그들에게 지혜와 용기와 사랑으로 마음껏 자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념뿐이다.
우리가 핵가족이라는 새로운 사회 구조의 형성으로 인한 노인들의 냉대에 못지 않게 자라는 새싹인 청소년들을 경시함도 자못 큼을 볼 때 우리 어른들이 한 손엔 청소년들의 손을, 다른 한 손엔 노인들의 손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갈 때 거기에 주모님의 자비 어린 손길이 항상 함께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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