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내세우는 요즘, 교회만이 지니는 개성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일까? 교회의 반석이된 열두제자들이 내세운 카드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3년간 그리스도와 함께 침식을 같이하며 여러가지 기적을 목도하면서도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스승의 질문에 언제나 인간적인 측면에서 대응했고 따라서 그것은 엉뚱한 것이었다.
예수님 말씀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했다.
◆열두제자의 힘은 영성
그들이 새로운 인간으로 탈바꿈하게된 것은 성령이 그들 위에 내리시고 영적인 힘으로 쇄신되었던 때였다. 성령을 받고 즉시 뛰어나가 그때까지 두려워하고 접촉하기 꺼리던 군중을 향해 그들이 못박아 죽인 예수 그리스도를 선전하고 가르쳤다. 사실 이날이 교회가 이 지상에서 그 사명을 수행하기 시작한 첫발을 내디딘 날이다.
열두제자들은 그 당시의 사회구조적인 면에서 천시를 당하고 남의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무슨 매력으로 그들은 사람들을 끌어 당기고 자기네들의 말을 믿게끔 했던가?
그것은 영의 힘이었다. 그들은 영적 인간으로 변화 되었기 때문이며 영성을 지닌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교회가 갖은 수단방법을 구사하여 복음을 전하고 인간을 성화시키며 정의와 박애정신을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마다 사목실천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적합한 표어를 내걸며 많은 인력을 동원한다. 학교를 지어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키면서 간간히 그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보며 틈나는 대로 환자에게 전교를 한다. 불의와 부정을 일삼는 이들에게 그 비행을 꼬집어 비난도 한다. 각 신심단체들이 각기 맡은 임무와 활동을 통해서 교회가 사회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여러가지 사업과 활동을 하면서도 교회가 하는 일과 일반사회가 하는 일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 의도하는 대로 사람들이 호응하지도 않는다.
◆세상과 싸워 이기려면
2천년이란 긴 세월을 겪은 변화된 세태속의 교회라고들 하지만 그 본연의 모습, 그 특유의 힘은 열두제자들 위에 다져진 바로 그 모습, 그 힘임에 틀림없다. 교회가 사명을 수행해가면서 결과의 결실을 얻으려면 교회 특유의 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 이것만이 세상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 어떠한 인간의 지능이나 기술을 내세워 세속과 대결할 때 교회는 언제나 패배를 당하게 될 것이다. 교회가 세속과 대결할 때 세속이 지니지 못한 힘을 가져야만 교회는 세상에 동적 영향을 끼치게되고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
이 지상에서의 교회는 세상을 성화시키는 일이요,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가 필연적으로 갖추어야 할 특성은 바로 영성이고 영적 힘인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영이신 하느님을 닮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세대가 물질주의로 굳어져 있기에 오늘을 사는 인간은영이 결핍되어있는 것이고 잃어버린 하느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 오늘의 교회의 급선무라 하겠다. 신앙을 지니는 이는 신앙이 없는 이와 다른점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닮고 영을 지닌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을 지상에 내보이는 일이다. 하느님을 닮는 일, 이것이 무엇보다 교회가 서둘러 해야할 오늘의 과제라하겠다.
사람이 무엇이 되고자하면 그 이상과 대상을 물리적으로나 상상으로 가까이 해야한다.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일이지만 한 인간을 평가할 때 그사람이 가장 가까이하는 친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년이란 긴 세월을 국민학교 아동들을 가르치다가 퇴임한 할아버지와 얘기를 해보면 그 할아버지는 꼭 국민학교 아동과 같이 느껴진다.
무엇을 가까이 하느냐, 누구와 접촉이 많으냐에 따라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모든 직업인들이 그 나름대로의 직업인 인상을 풍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느님을 닮으려면 그분을 가까이하는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생각
그런데 하느님은 영이시기 때문에 육신오관을 통해 감각할 수는 없다. 하느님을 가까이하는 길은 영적인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내 머리 속에 하느님을 의식하고 내 마음 속에 하느님을 느낌으로서만 하느님을 접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다.
만일 온종일 일거일동 머리속에 하느님을 의식하고 마음 속에 그분을 느끼면서 산다면 하느님과 함께 있는 사람이고 하느님의 모습을 닮게 될 것이다.
참된기도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기도서를 들고 입으로 기도문을 외우면서도 내 정신 내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면 그것은 기도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아침을 먹으면서 버스를 타고 직장에 가면서 하느님을 줄곧 생각했다면 그것이 바로 기도인 것이다.
모든 일을 하면서 언제 어디서든지 하느님과 계속 함께있기 위해서는 하느님을 생각해야한다.
하루를 보내면서 잠시도 중단 됨이 없이 하느님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그분은 바로 하느님과 일치하는 사람이고 이미 천당에 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될 수 있는대로 자주 가능한한 깊이 하느님을 마음속에 의식하고 생각하면서 함께 생활함으로 하느님을 닮는것이 오늘날 우리의 할 일인 것이다.
성령의 은총으로 충만된 사도들처럼 하느님의 인간이되고 하느님을 풍기며 보여줄수 있을 때 세상을 성화시키는 세상의 빛이 될 것이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유일한 존재인 인간안에 영성이 결핍되고 하느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오늘의 인간사회에 교회가 진정 비춰야 할 것은 영성이며 이 영성은 하느님을 생각하고 가까이하는 생활로서 빛나는 교회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개성, 교회의 특성이 바로 이것이며 교회만이 지니는 힘이요, 매력이며 동시에 언제나 제시해야 할 교회의 유일한 카드인 것이다.
이갑수
<주교ㆍ가브리엘ㆍ부산교구장>
◇1924年生
◇50년 서울가톨릭대학졸업
사제서품
◇61년 美國Fordham大學院에서 社會學박사학위취득
◇71년 주교서품,
◇現부산교구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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