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값을 천냥으로 친다면 눈은 9백냥이란 옛말이 있다. 신체의 각 부분 중 더 귀하고 덜 귀한 곳이 있을 수야 없겠지만 예로부터 눈의 소중함을 일컫는 말로서 지금도 설득력이 강한 얘기다. 인간의 값을 수치로 계산하고자 하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가끔 있다. 부질없는 노릇이라고 웃어넘기는 가운데서도 과연 인간의 몸, 아니 자기 자신을 값으로 매긴다면 정말 어느 정도나 될까하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한다. ▼인간이 값으로 매겨져 사고 팔린 적이 있었다. 소나 말, 그 밖의 가축과 동일하게 채찍으로 두들기면서 공공연하게 사람을 사고팔았던 부끄러운 역산가 기록성을 잃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화신으로 인권에 관한한 세계적인 감시자로 군림하는 미국에서 노예매매가 없어진 것은 불과 2백여년 전의 일이다. 수년전 TV역사상 경이적인 시청률을 올렸던 TV시리즈를 「뿌리」에서 우리는 노예, 인신매매의 참혹한 현장을 몸서리치면서 실감했다. ▼어두운 역사의 반복속에서도 인간은 모든 인간이 하느님 앞에 평등한, 인간의 참값을 제대로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느님밖에는 존재했는지 조차 모를 삶에서부터 기록으로 남아 오래오래 기억되는 삶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삶의 형태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밖에는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바로 인간이 존엄해야할 중요한 이유가 된다. ▼주머니를 털면 많든 적든 먼지가 나오게 마련이다. 조금은 속된 표현이긴 하나 인간 삶의 값, 그 평가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적절히 웅변해 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지성의 전당, 상아탑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일련의 사태, 인간 삶의 재평가·저울질은 극히 일부의 얘기라지만 가슴이 서늘하다. 치적과 공로만으로 인간을 저울질 할 수 없듯이 잘못과 실수만으로 역시 인간을 단죄할 수는 없다. 균형을 잃은 평가감각이 인간사회의 끈끈한 정리를 싹둑 잘라 먹을까봐 두렵기 짝이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