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 오전 6시 30분 김포공항 대합실. 이른 아침인데도 대합실은 환영객들로 꽤나 붐비고 있었다.
그날 입국자 명단에는 인천 부평 3동 본당 주임 최분도 신부의 주선으로 캐나다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오는 8명의 심장병 어린이들로 들어있었다. 환영객들 중 그들의 가족ㆍ친지들이 끼어있었음은 물론이다.
7시가 지나도 일행이 나오지 않자 가족들은 서 있기가 피곤한 듯 하나둘 의자가 있는곳으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때 출구 자동문쪽에서 호흡이 가쁜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울음소리와 거의 동시에 30대 초반의 부부가 총알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캐나다 자선단체의 보모로부터 뺏듯이 아기를 받아 안은 부부는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힘없이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고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부부의 흐느낌이 어느정도 진정된 다음에야 그들 부부의 외아들이 생후 17개월이 되었고 심장병수술을 받으러 캐나다로 갔으나 수술불가능 판정을 받고 3개월만에 귀국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정의 시선이 모아지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7명의 어린이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장내는 일순간 환호와 감격의 물결로 뒤덮었고 그때까지 무릎을 꿇고 흐느끼던 부부는 그 순간이 괴로운듯 슬며시 일어나 대합실의 한쪽 구석으로 비켜가 앉았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다른 가족들의 틈바구니 속에 이들 부부의 슬픔이 자리할 수는 없었다. 심장병으로부터 해방된 밝은 표정의 어린이들을 취재 하러 갔던 기자는 도저히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쪽 구석에 쓸쓸히 앉아 있는 부부에게 다가갔다.
무엇인가 물어봐야겠다고 입을 여는 순간 그의 아내와 아이에게 나직하게 속삭이는 젊은 남편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수 있었다. 『이젠 다 나았어. 괜찮은거야. 그렇지 않아?…』
다른 가족들의 요란한 환영의식이 끝나갈 무렵, 최분도 신부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쓸쓸히 공항문을 나서는 그들 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웬지 모를 눈물이 자꾸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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