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에서 저명한 성직자 및 평신도 철학교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회동, 내년 신학기부터 사용될 고등학교 철학교과서를 편찬하고있다.
과문한탓인지 몰라도 2백년 교회사상 이 같은 일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로 크게 환영한다.
과거 개신교 신자들이 일부 교과서를 편찬, 우리 교회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내용들을 실어 왕왕 문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않다.
이번에 구성된 고교철학 교재편찬위원회의 집필자들은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사람들일 뿐아니라 독실한 신앙과 인격을 갖춘 교수들이다.
이들의 심오한 학식과 함께 가톨릭정신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고교생들에게 심어질 것을 생각하니 기쁘기한량없다.
보면 타당한 가톨릭정신에 바탕을 둔 유신론적 입장의 철학은 철학사의 근간을 이뤄왔을뿐 아니라 인류정신사의 보배이다.
이런 보배를 그대로 두고 우리 사회나 학교가 각종 청소년문제 그 자체에만 골머리를 앓아온 것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올바로 풀지못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집필자들에게는 수많은 과제들이 주어져있다. 근원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방대한 내용중 핵심만 요약하고 또 우리고교생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들을 3백여 쪽안에 어떻게 수렴할것인가하는 문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편찬위원들은 대학생은 물론이고 지식인들 조차 철학이라면「어려운 학문」「골치아픈 학문」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염두에두고 무엇보다 쉽게 쓰는데에 심혈을 쏟아야 할 것이다.
고등학교 측에선 현재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할수 있는「철학」과목을 교과과정으로 채택하는 데는 자격을 갖춘 교사영입, 재정문제 등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교재편찬을 84년부터 계속 요청한 가톨릭계 교장들은 물론이겠지만 비가톨릭계의 신자교장들도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그것은 무신론적 풍토가 판치는 이땅에서 가톨릭계 철학교수들이 엮은 교재의 사용이 없는 의미로 복음화에의 노력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철학을 가르치는 것은 수험공부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성실한 생활의기틀을 마련해 줄뿐아니라 사고력과 비판력이 요구되는 대입논술고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교과서 편찬을 요청하고 이를 위해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가톨릭 중고등학교장 회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면서 하루 속히 가톨릭 정신을 근본으로 한 철학교육이 방방곡곡에 보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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