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본당에 부임하여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환경을 알아보기 위해 가정방문을 시작하였다. 계속되는 방문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신자들이 정성을 다하여 내놓은 음식을 사양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5층 아파트 50~90세대를 숨을 헐떡이며 오르내리는 것보다 몇배 힘드는 일이다.
『신부님 저희집에서도 차한잔들고 가셔야지요』마음은 내키지않지만 그분들의 성의를 무시하는것 같아 차를 마시게 된다.
어느 가정은 커피에 설탕과 프림까지 미리 넣어서 가져온다.
신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렇게 하는 것이겠지만 상대방의 입맛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과잉친절에 당혹감을 느낀다. 여하간 가정방문하면서 이런저런 차를 하루에 수십잔을 마시게 된다. 방문을 끝내고 사제관에 돌아오면 영락없이 배를 움켜잡고 화장실에 쉴새 없이 들락거린다.
S아파트 신자들을 방문하는 어느날 기이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아파트 상가에 쥬스가 모두 팔렸다는 것이다. 조금은 염려가 되면서도 설마 하였는데「설마가 사람잡는다」고 가는 집마다 쥬스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마다 붕어가 되어 실컷마셔대면 좋으련만 붕어가 아닌 나는 기쁘게 곤혹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다보면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본다.
어떤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착각했는지 이리저리 신나게 뛰어다닌다. 또 울거나 떠들어서 신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 아이 부모들은 다른 사람들이 기도하는데 방해가 되는지 몰라서인지 아니면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기위해 두고만 보고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번은 신자들에게 강복을 주려고하는 순간 발밑에서 시커먼 물체를 발견했다.
깜짝놀라 자세히 보니 아기가 제대에 올라와 놀고 있는게 아닌가. 웃음이 터져 나오는것을 억지로 참고 미사를 끝마칠 수 밖에 없었다.
음악회에 가보면 모두가 연주나 노래를 조용히 감상한다. 만약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퇴장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제사시간에, 다른 신자들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해놓고도, 미안한 기색이 없을때는 그 사람의 인격이 의심스러워 진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즉 인간은 사회성을 지닌 존재이다. 사회안에서 대인관계는 상대방의 인격과 상대방의 의사를 반드시 존중해주어야 한다. 자기 편리와 자기 의사만을 내세우고 행동 할 때 타인에게 피곤과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하겠다.
요한복음 4장을 읽어 보면 예수님께서는 당시 이방인 취급을 받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장면이 나온다.여기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의 인격을 존중하여 부드럽게 대화를 나누고, 그 여인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신다.
우리 각자가 이같은 예수님의 표양을 따라서 상대방의 인격과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해줄 때 비로소 진정한 만남과 대화의 장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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