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순교자성월이라 나도 한국천주교회 발상지인「천진암」으로 향하는 순례자의 행렬에 한몫 끼얹다. 성당을 떠나기전 성체조배와 함께 오늘(9월 6일) 그곳을 순례할 모든 3천여 신자들을 위해 맨드라미씨만한 신앙의 은총을 내려주십사고 묵주신공을 바쳤다. 싱싱한 아침 9시30분에 차가 출발하여 우리는 곧 차내에서 기도시간을 가졌다. 문득문득 창밖의「호박꽃밭」을 보면서 나는 공동체의 신비를 묵상할수 있었다. (한송이보다는 많은 꽃송이가 훨씬 아름답다고…)
성가를부르는 동안 어느새 성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스스로 차에서 내려 구역별로 차례차례 걷기 시작했다.
「100년계획 천진암대성당 건립터」라는 열다섯글자가 반갑게 맞아주는 언덕을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면서 올랐다. 숨가삐 올라보니, 그저 허허벌판 황야 그자체였다. 미사를 집전할 사제단 텐트하나만 우뚝 서있을뿐…
그러나 미사가 시작되어 천진암가를 부르는데 까치! 나비! 잠자리들까지 날아와 섞이니 한층 이색적이고. 복사들의 한복차림과 서울대교구 예비신학생들과의 만남 또한 이색적이었다.
그후 점심시간이 왔다. 그래서 나는 한끼도 단식을 못한채 이것저것 맛있게 음식을 먹고서야 5위 묘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는 돌계단을 올라 선암 정약종, 만천 이승훈, 광암 이벽, 직암 권일신, 녹암 권철신, 성조묘앞에 다소곳이 섰다. 성묘 참배는 본당 노동한(베네딕도) 신부님께서 제주가 되어 우리나라제사 풍습으로 진행되였다. 세자 요한 이벽 성조 묘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고유 의상으로 단장하고 꽃봉헌(헌화)도, 분향도, 술잔도 붓고, 모두 절도 두번씩했다. 이때 마침 우리들의 머리위로 보슬비가 은총처럼 내리고 있었다. 덩달아 나의가슴에도 눈물이 내리고 있었다. 얼마전 사람을 위해 살다가 하느님을 모른채 죽음을 당한 어느 영혼을 위한 눈물이…
이렇게 성조묘를 참배하고 내려오는데 천진암 강학회학자들이 새벽마다 혼을 씻고 세수하던 샘물인 빙천이 있어 나도 감히 생수 한모금을 떠 마셨다. 그리고 2백년을 순교자의 피를 먹고 자란 진리의 나무들은 위대한 푸른산을 만들었고 그사이로 겸손되의 아래로만 흘러가는 맑은 시냇물 따라 나도 산을 내려왔다. 무사히 성지 순레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창에는 장미꽃 글라디오라스 고추 열매가 유난히 빨갛게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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