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현이는 7년전 1980년 8월 27일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날 세상의 빛을 보았읍니다. 사내아이답게 씩씩하게 자라 첫돌이 지나고 두돌이 지나면서 총명스러움으로 집안 식구들이나 이웃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받았읍니다.
그런데 만 2년 2개월때 1982년 10월 8일 낮잠을 자던 아이가 열이 41도까지의 고열이 나서 병원으로 안고 뛰었읍니다. 그러나 혼수 상태에 빠져 청주에서 종합병원에 보름동안 뇌막염이라는 진단하에 입원하였으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읍니다.
엄마의 마음에 서울에 가면 고칠 수 있을것 같아 서울대 대학병원으로 갔읍니다. 이곳에서는 경현이를 고쳐 주시겠지 큰 기대를 하였읍니다. 입원과 동시에 검사에 검사를 했으나 확실한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바이러스균이 고열로 인하여 뇌속에 침투되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1주일만에 퇴원 하라고 했읍니다. 그말을 듣는 순간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통곡하며 도와달라고 애원했읍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우리로서는 더이상 아무것도 도와드릴수 없읍니다. 퇴원 하십시오』 하면서 이 아이는 『본능적인 것 밖에는 할 수 없고 사고란 있을 수 없다』고 했읍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아무생각도 없었고 보이는것도 없었읍니다.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서울에 왔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읍니다.
자식의 병마 앞에 엄마의 귀는 얇아져 이곳 저곳을 닥치는대로 돌아다녔읍니다.
발병후 4개월정도 지났을때 시력이 돌아왔고 이어서 업쳐서 앞에 있는 사물을 보고 기었읍니다. 앉기라도 했으면 하는 기대속에 앉았읍니다. 이젠 걸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걷게까지 되었읍니다.
그러나 언어는 다섯손가락을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읍니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속에는 얼마나 가슴아픈 일들이 많았는지…
그러던중 천주교회에서 운영하는 「갈릴리집」 이라는 정신지체 조기교육원을 알게 되었읍니다. 바로 원장 신부님을 찾아 갔읍니다. 이때 경현이 나이 만 3세를 조금 지났을 때였읍니다. 원장신부님 말씀이 이렇게 일찍 우리 조기교육원을 찾아 주셔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우리 장애자들을 보다일찍 아니 출생직후부터 교육이 이루어져야된다고 말씀하셨읍니다. 그러나 우리「갈릴리집」에서는 만 4세이상의 어린이들에 맞는 교육프로그램밖에 없어 유감이라고 말씀하시고 또한 인원도 꽉 찼으니 기다리라고 말씀하셨음니다. 돌아오는 발걸음속에 혼자 생각했음니다. 똥싸고 오줌싸고 주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산만한 천방지축아이를 누구에게 맡겨 교육을 시킬수 있을까 내 자신에게 반문 했었음니다.
그러나 지금 경현이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장애가 있을경우는 나이와 행동에 상관없이 출생직후부터 꼭 조기교육을 시며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정신지체 조기교육원인「갈릴리집」이 경현이가 살고있는 청주에 있음도 주님께 축복받음입니다. 이런 축복된 땅이 지방에서는 청주와 인천 두 곳뿐인줄 압니다.
지방의 대도시인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듣 여러지방의 대도시에도 정신지체 조기교육원이 한 곳도 없읍니다. 우리 정신지체 아이들이 인격적 대우를 받으며 교육의 의무도 누릴 수 있도록 사랑의 교육원이 많아져 우리 정신지체 아이들도 한 인간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천주교 단체에서 도와주십시요.
청주에서 태어난 우리 경현이에게 만 4세가된 1984년 10월15일부터 조기교육이 시작되였읍니다.
말도 못하고 신변처리 또한 불확실하고 주위가 지나칠정도로 산만 했읍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서 「조 산만」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셨읍니다. 이런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하면서도 교육이란 단어에 모든 것을 기대하고 열심히 다녔읍니다.
너무 늦은 발전속에서도 단어가 차츰 늘어 나고 생각도 조금씩 생기고 문장을 만들어 어느정도 대화가 가능할만큼 2년반동안 교육을 받고 올봄에 사랑이 충만된 갈릴리집을 졸업했읍니다. 원장 신부님을 비롯하여 수녀님, 여러 선생님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속에서 이루워진 조기교육이 우리 경현이를 일반 유치원의 통합교육에 이르기까지 인도해주셨읍니다. 경현이의 유치원 입학식날 저의 마음은 불안함과 기쁨으로 설레였읍니다. 혹시 저아이가 많은 대중속에서 뛰어나는 행동을 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나 너무도 의젓하게 잘해 주었읍니다. 모두 감사할 뿐이였읍니다.
저의 이런 희열과 상반되는 부모들이 있으니 가슴아픈 일입니다. 갈릴리집에서 조기교육을 받고도 다음단계의 교육기관이 없어 다시 엄마의 보호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읍니다. 정상아와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장애자들과 다름없는 우리 정신지체 아이들에게도 정도에 따라 교육받고 그나름대로의 삷을 영위할 권리가 있아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우리의 울부짖음에 정부나 사회의 각 단체에서는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평등한 사랑을 전파하시는 천주교회에서 시각 청각 지체 장애자들을 위해서 학교를 운영 하는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우리 정신지체자들을 위해서 조기교육원 직업훈련원 수용시설등은 있읍니다만 생각과 표현과 행동이 너무도 부정확한 장애자중에 장애자인 정신지체자를 위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천주교회는 한곳도 없읍니다. 바라옵건데 우리아이들도 학교를 다닐수 있도록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우리 경현이가 일반유치원에 다닌다고 정상아이가 된 것은 아닙니다. 가끔 숨어서 교실안을 들여다볼 때 다른아이와 동떨어지는 순간순간들을 보며 속타는 가슴을 쥐어짜야 합니다. 유치원 과정에서도 이런 답답한 가슴을 내년에 취학은 어디로 시켜야할지 암담합니다.
그러나 속태우며 애태워야 아무 소용없는 일, 아무 생각말고 아이정도의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과 교육의 반복속에 정상인에 가깝도록 이끌어주어 한 인격인으로 대우받으며 살아갈수 있도록 부모의 노력과 사회의 협조와 천주교회의 사랑으로 인도해주시길 또다시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 주교님들, 많은 신부님들, 수녀님들 간절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 모임의 주제가 「함께 삷의 기쁨」아닙니까, 정신지체아이들에게도 함께 삶의 기쁨이 충만되어 우리 정신지체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잿빛가슴속에 푸르름을 뿌려주십시오. 믿겠읍니다.
끝으로 우리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빌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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