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도 얼마나 더운지 모르겠다. 그러나 또 성당에 가야한다. 저녁미사에 참례해야 되게때문이다. 내가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시절 복사를 희망하는 사람손을 들라는 수녀님 말씀에 복사가 뭔지도 모르고 손을 들었다.
내가 1학년 2학년때는 엄마가 장사를 하시느라고 교리반에 그리 자주못가 복사가 뭔지도 모르고 손을 든것이 벌써 5학년이 되었다.
생각하면 즐거웠고 재미도 있었고 또 영혼에 대한 이야기도 수녀님한테 들을 때는 정말 신비스럽다.
그러나 이제 슬슬 꾀가 나기시작한다. 길도 시골길이고 힘들고 비오면 땅이 질어 운동화는 항상 흙투성이고 불편한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요일에도 복사모임까지 두번을 왔다갔다 해야된다.
평일에도 화요일 목요일 두번을 미사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니 나는 솔직히 말해서 고달프다. 손만 안들었던들 이렇게 시간에 쫓기는 고달픈 생활은 하지않을텐데…
그러나 「내가 복사를 서기위해 미사에 참여하는 그 시간에 과연 무엇을 했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분명히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중에 몇번은 오락실에 갔었을지도 모른다. 학교숙제는 보통 그 시간에는 안한다. 이볼일 저볼일 다보고 저녁이 깊어질때야 하는 것이 학교숙제다.
그러니 헛되이 보내는 그시간에 나는 미사에 참여할 수 있으니 얼마나 거룩한 삶을 사는가! 또 세상에서 그렇게 유명하신 예수님제사를 올리는 신부님의 시중을 드는 복사여서 예수님을 가까이 느낄수가 있으니 이 얼마나 영광된 일인가?
작년 12월엔 신축성당이라 벽돌만 세워놓고 유리창 대신 비닐로 간신히 가리고 자정미사 복사를 설땐 얼마나 추웠던지 오돌오돌 떨다못해 얼어붙어 차라리 도중에 내려갈까 했던때도 있다.
내 어린 시절중에 그렇게 힘들었던 기억을 나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녀님께서 우리 복사들에게 따뜻한 내복을 선물로 주셔서 얼마나 기뻤던지. 나는 엄마에게『엄마! 나 복사서고 월급으로 내복탔어요』하고 자랑하고 나는 얼마동안을 그 내복을 끌어안고 참 따스함을 느꼈다. 참, 올여름엔 신부님이 복사들만 수영을 보내주셨는데 비오는날 비맞고 했던 수영도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추억을 생각하다보니 짜증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나는 또 늦기전에 미사에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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