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상업관계로 오랜 세월 서울에 계시던 늙으신 어머님께서 용무차 외출하셨다가 빙판길에 넘어져 많이 다치셨다는 뜻하지 않은 연락이 왔다.
그러지 않아도 올 겨울엔 유난히 춥고 특히 그쪽엔 눈이 많이 내려 항상 걱정을 했었는데 그 같은 悲報를 접하고 보니 가슴 내려앉는 충격과 함께 여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진한 죄스러움이 가슴을 짓눌러 왔다.
그날 兄님과 함께 가까운 친척의 승용차를 빌어 거동 불능의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
무척이나 수척해지신 어머님을 명절날 등 이따금 내려오실때 마다 얼마간씩 거처하시던 작은 방에 뉘여드리고 모두들 울적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어머님께선 그런 우리들을 죽둘러보시곤『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게 모두 주님의 뜻이니 이 정도를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해라』며 가지고 온 가방을 달라고 하셨다.
그리곤 조그마한 성모상, 길다란 묵주, 기도서 등을 꺼내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머리 맡에 가지런히 정돈해 놓으시곤 잠시후 묵주를 손에 쥐고 눈을 감았다.
평소 어머님의 돈독한 신앙심은 가족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터라 별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다리뼈가 심하게 부서진 고통중에서도 결코 信心을 흐트리지 않는 초연한 자세엔 정작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미온적이고 형식적인 나의 신앙생활을 진정으로 省察케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
언제나 참된 신앙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시고 아울러 주님의 진정한 사도가 되어 줄 것을 입버릇처럼 당부하시던 어머님-.
앞으로 4~5개월 가량의 장기요양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진단이지만 미약하나마 어머님을 향한 우리 가족들의 열절한 기도와 그토록 주님을 사랑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이 어우러진다면 조금이라도 쾌차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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