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기 이전 초대교회 때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같은 옷차림이었다. 교회 안에서의 임무만 서로 다를 뿐이었지, 외견상 아무런 구별이 없었다. 의식(儀式)을 행할 때도 사제들은 다만「청결한 옷」을 입을 뿐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R아돌프스」신부가 쓴「神의 무덤」을 읽지 않더라도 성서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통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특별한 복장을 입기 시작한 것은 5세기 이후였다. 그러한 처사는 독신제도와 함께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현저하게 차별 지우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특별한 복장」은 점점 빗나가 교황이나 주교들을 군주로 착각하게 했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때는 베드로의 후계자인지 콘스탄띠누스의 후계자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러나 거의 모든 성직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시사철 사치와는 아예 담을 쌓은 복장을 하고 있다. ▲성직자들도 갑자기 사치스럽고 화려한 차림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전례(典禮)를 집전할 때다. 그때는「사람을 초월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이브ㆍ꽁가르 신부는 설명한다. 어쩌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대리 역할을 하기에 너무나「부당한 종」임을 고백하는 차림새라고 볼 수도 있겠다. 제의(祭衣)도 공의회의「아지오르나멘또(현대 적응)」정신에 따라 점점 단순화되고 있다. 이러다간「청결한 옷」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수수한 경우도 없지 않다. ▲장군들도 전쟁 땐 여러 가지 장식과 요란한 행차로 위엄을 부린다. 인간이면서 같은 인간에게「명령」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입장에 있지도 않고「사람을 초월하는직무」도 수행치 않는 경우의 지나친 장식?은 허세(虛勢)다. 그 같은 허세는 사치와 호화주택, 거만한 거동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허세는 자기의 내용이 충실치 못하다는 증거요 겁장이임을 반증한다. 그리스도교 정신과도 정반대되는 것이다. ▲이번에 취임한 미국 제39대 대통령 지미ㆍ카터씨는 청바지와 쉐타 차림으로 공중 앞에 곧잘 나선다. 취임 선서도 모닝코트 대신에 평복을 입고 했단다. 그는 이제 2백만이 넘는 육해공군과 방대한 CIA 및 FBI 조직을 거느리게 됐다. 그러나 그의 나들이엔 아프리카의 어떤 행차처럼 맹수나 죄수를 호송하는 것 같은 삼엄함도 전혀 없다. 그는「사람을 초월하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기에「장식」을 거부하는 것 같다. 그에게서 강자의 오만도, 약자의 허세도 엿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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