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성큼 와 있다.
음산하고 추운 겨울은 이제 막을 내렸다. 북풍이 몰아치는 긴 겨울이 지나지 않으면 결코 봄은 올 수가 없는 것이리라. 눈보라 속에서 죽은 것처럼 보이던 만물이 생명의 신비로움을 안고 눈을 뜨기 시작한다.
꽁꽁 얼어 붙었던 강물도 푸르름을 띄고 유유히 흐른다. 긴 겨울 얼음 밑에서도 쉼없이 꾸준히 흐르고 있었던 대가로 강물은 푸르름을 갖고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었다면 그 신선한 맛을 잃고, 썩어 죽은물이 되었을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삶 역시 현 상태로 정지해 있으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던 새로운 인간으로 변모될 수가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위치에서 변화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노력하여 쌓아 올린 결과가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수녀님이 본당에 부임하기전 한 자매님께서 제의방의 모든 일을 맡아 왔다. 그녀는 한 가정의 가장 역할까지 하는, 형편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해왔다. 그런데 두분의 수녀님이 본당소임을 맡게되자, 아무 문제없이 잘되어오던 제의방 업무에 대한 견해 차이가 신자들에게 오고 갔다.
일반신자들은 수녀님이 꼭 제의방을 맡아야 된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그 영역은 수녀님만이 해 온 관념 탓이리라. 하지만 그보다 더해야 할 일이 많은 수녀님이 언제까지나 제의방의 일만을 고수해야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한국은 아직까지 전교지역으로서 그리스도를 전해야할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당 안에서의 역할 즉 예비자 교리교육, 제의방, 활동단체지도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값비싼 보물이라도 땅속에 묻혀있다면 진가를 결코 발휘할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수녀님 역시 성당 안에만 있을때 수녀로서의 참다운 역할을 다하지 못할것이다. 이제는 교회가 자기 아이덴티티(identity)를 가지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가야한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기뻐하는 사람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슬퍼하여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당시 유다인들의 전통과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죄인 취급받던 세리나 창녀들과도 깊은 만남을 가졌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를 가리켜 먹보요 술꾼이라고 비난하였다. 또한 예수의 이런 행동들은 그들과 적대관계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율법에만 예속 되지 않고 율법이 지향하는 참된 사랑을 깨닫게 해 주셨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현재의 삶안에 안주 하려고 한다. 보다 나은삶으로 옮겨 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부서져야 하는 고통이 늘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픔을 무릅쓰고 위해서는 끊임없는 출애급의 삶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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