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내가 영혼으로서 어른이 되는 날이었다.
하느님의 은총을 더욱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견진 성사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번 우리 본당 견진자는 180명이 넘었다. 대부, 대모, 대자녀가 성당안을 꽉 메웠다.
언니와 나는 빨간 장미꽃과 이름표를 가슴에 달았다. 「최 루시아 은정」이라는 이름표가 유난히 커 보였다. 설레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미사가 시작되었다. 내 자리는 맨 앞자리라서 대주교님이 잘 보였다. 대주교님은 보라색의 빵모자를 쓰시고 머리 군데군데는 흰 머리카락이 뛰엄뛰엄 검은 머리카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주름살이 많고 인자하게 보이는 이문희 대주교님이 어쩐지 존경스럽다.
도유를 하고 난뒤 봉헌·성체는 보통미사와 비슷한 형식으로 했다.
한가지 뚜렷하게 다른점은 대주교님을 따라오신 신부님이 옆에서 같이 성체를 나눠주신 일이다.
미사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했다. 비록 대주교님 옆에서 찍진 못했지만 내 옆자리에 계시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들뜬 기분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꽃향기를 맡으며 아빠와 팔짱을 끼고 돌아오는 이기분, 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신앙생활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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