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일미사 시간의 일이다.
우리 성당은 매우 비좁은 관계로 미사 시간이면 안내할 봉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봉사할 자매님이 안내는 하지 않고 오히려 의자에 천연덕스레 앉아 있었다. 자매님을 염두에 두고 공지사항 때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헌금을 천원씩 한다는 셈치고 뚱뚱한 사람이 앉을 자리에 날씬한 두사람이 앉는다면 성당에 유익하지 않겠는가』
그런후 그 자매님은 미사시간에 늘 서서 봉사를 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하나 생겼다. 본당에 처음나온 다른 풍채 좋은 자매님이 그런말을 듣고 성당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처해진 나는 그 자매님을 찾아가 정중히 사과한 적이 있다.
이렇듯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본의 아니게 상대방에게 큰 아픔과 상처를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존경이 결여 되어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본다. 부부간에도『네까짓 주제에…』라는 말이 오가면 배우자는 자존심과 인격을 다치게되어 서로 두꺼운 벽을 쌓는 결과가 생긴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언어를 갖고 있다. 언어는 인간을 위대하게 만들고, 현대의 문화를 이룩하게끔 하였다.
언어는 자기 의사 표현이므로 책임성이 뒤따른다. 흔히 선거 때 입후보자들이 책임질 수 없는 선거공약을 내놓아 대중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란 한번 하게되면 주워담을 수도 없는 것이고 또, 지워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말을 하는 당사자는 책임감있고 신중한 자세로 발언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무책임한 말들의 공해 속에 사는 사는 느낌이든다. 말이란 의사전달에 목적이 있다.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때 그것은 소리에 그치고 만다. 말은 하다고 모두 말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일상용어로 말같지 않은 말은 개소리라고 한다. 소리는 개나 소돼지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소리로만 그치지 않고 참다운 말을 하려면 자기의 사고를 정확히 전달 되도록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느낌과 판단이 서로 달라 오해를 빚게 된다. 이렇게 될 때 그동안 지속돼오던 인간관계는 단절이 된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서 받아들이면 오해를 줄일 수가 있다.『세치의 혀가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진리 자체이신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박히신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당시 사람들의 조작된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중매체 수단이 발달한 오늘에도 이같은 문제는 한층 심화 되어가고 있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신문에 내용이 없다고들 한다. 이것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불신의 한 표현이 아닐까. 홍보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중의 눈과 귀를 멀게하는 도구로써 정치의 시녀로 탈바꿈한 느낌도 든다.
아무리 적은 말이라도 진실성이 내포되어야 한다. 흔히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지만 진실한 말이 통용될 때 가식없는 행동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계시하실 때나 또 창조때도 행동으로 하신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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