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의 대행진」이라는 코믹한 TV프로에 풍자적으로 잘쓰이는 말중에 『지구를 떠나거라』는 말이 있다. 설명할 것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지구에서 사라져달라는 이야기다. 우리 행정부 내에도 사회정화위원회라는 옛날의 암행어사 같은 기구가 있다. 사회의 모든 부조리를 정화하자는 의무와 직능을 가진 기구로 생각한다. 사업목표 달성을 위해서 연중 각 단체, 각 직장별로 계몽강연회를 갖고 그 끝에는 천편일률적으로 『우리는…을 다짐한다』는 결의문이 제법 엄숙히 선창되고 참석자들은 소리높이 복창한다.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개인의 성화, 가족의 성화, 사회나 국가의 성화를 위해서 결의문은 아니지만 조용한 기도로써 하느님께 자비와 용서와 도움을 간구한다.
◆한반도를 떠나야할것들
정의사회구현을 위한 9일간의 특별기도와 더 많은 신자들은 조석으로 천주님께 당신이 백서에게 주려고 준비하신 것을 내리시도록 기도한다.
정화나 성화의 차원에서 볼 때 아직도 이 지구상에는 존재해서 안 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정쟁ㆍ빈곤ㆍ질병ㆍ자유생존권의 박탈ㆍ살인ㆍ강도ㆍ강간 기타 범죄행위 등은 이미 지구에서 떠났어야 할 문제이자 사건들이다. 다음에 몇가지 한반도 지구상에 존재시킬 수 없는, 떠나야할 사회현상을 묵상해보기로하자. 첫째, 금지된 과외지도, 부동산투기 과열, 호화주택, 호화유흥업소, 초대형 금융부정사건 등 무언가 터졌다하면 엄중하고 철저한 세무조사를 해서 다스리겠다는 협박적 행정권 발동을 다반사로 발표한다. 막강한 권력과 행정력을 가진 정부나 국세청이 백성을 다스리는 正道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금협박으로 국민을 덜덜 떨게한다는 것은 무자비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둘째, 민의의 쟁탈전이다. 정치하는 여야는 아전인수격으로 민의를 독점하고 민의를 자기들 집단의 담보로 삼으려는 편견적 풍조이다. 이는 최근의 우리 정치현상을 보면 뚜렷하다. 민의는 독점물도, 담보도 아니며 단지 대해를 향해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다. 이 민의(民意)의 강물은 역류할 수도 막을 수도 돌릴 수도 없다.
◆아전인수격 民意쟁탈전
셋째, 일전 신문에 모부대의 장(장)이 회현동 H요정에 모국회 분과위원들을 초대하는 자리에 모종의「헤프닝」이 생겼고, 그 다음날 국회에는 야당에서 참석을 거부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실황을 잘 알수는 없었지만 실정법으로 다스려 질서유지를 해야할 정도는 아니었는지, 또한 정치협상의 장소로 고급호텔이나 일류 요정을 꼭 이용해야하는 것인지, 국회의사당 내에 각당의 총무실도 있고 각종의 대소회의실도 있을 것이다. 국회의 사당 밖에서 정치적 협상회의를 갖는다는 자체가 정치를 국회내 제도권내로 수렴치 못하는 자가당착이나 이율배반적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으례 정기국회나 임시국회가 열리고 시정연설이 있고 국정보고가 있은 후 각분과 위원회가 활성화되면 소관부장은 골프에 초대하고 끝나면 저녁식사를 빙자해서 일류 요정이나 살롱에 모시고(?) 두당 10만원꼴의 접대를 하면서 무엇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지 알 수 없다. 꼭 이래야만 정치가 이루어지고 타협과 이해가 성립되는지 여기에 쓰여지는 돈은 국민의 혈세이다. 더우기 외채가 500억불선이고, 국민의 최저임금을 10만원선을 넘도록 해결하자는 행정권이나 국회가 구두선으로 내세우면서 국민에게는 근검하고 절약하고 저축하고 실박한 생활을 요구하면서 왜 좀 더 실박한 정치를 못하고 엄청난 외채의 부담을 국민에게만 안겨주는가.
◆외채와 공금남용
이렇듯 선진하는 조국의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공금남용의 전통적 관습적 현행적 과오는 마땅히 사회정화의 표본적 대상이 되어야 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법을 적용치말고 백성의 뜻과 이익을 위해서 다루어 주었으면 한다.
요정정치, 호텔정치, 호화정치는 이 땅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넷째, 우리는 남북대화를 위해서 어떤 형식의 대화를 통해서라도 평화적으로 교류를 해야할 시기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운동시합에서 남북대결만하면 대회의 우승보다 북한을 이겨야 한다는 의식, 의미, 기쁨이 너무 크다. 이때 형의 입장에서 승패에 좀더 관대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승리했을 때는 북에서, 북에서 승리했을때는 우리쪽에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봄직도하다. 그런데 마치 철천지 원수를 쓰러눕힌 것처럼 국민감정을 오도할 필요는 없다. 이 책임은 매스컴이나 스포츠 실무자에도도 응분의 책임이 있다. 물론 안보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추어야하며 항상 우위에 서야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들의 체제나 사상이 원수같지만 그전에 우리와 피를 나눈 동족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유가 없는 국민
다섯째, 우리는 매사에 성급하며 기다릴 줄을 모른다. 인격성숙의 척도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위하여 얼마나 참고 기다릴 수 있는가의 심리적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돈버는데, 출세하는데 기타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기다릴 줄 모른다. 인질극같은 범죄가 벌어졌을 때 범인을 빨리 잡아 체면과 공을 세우는데 급급했지, 시간이 걸려도 제 3의 희생자 없이 범인을 생포한다는 심리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국민들이다. 이제 86, 88 국가적 대행사도 가까워졌으니 질서만 부르짖지말고 차례를 기다려 제몫을 차지하는 국민이 되자. 끝으로 나는 직업상 속칭「삐딱길」로 빠진 많은 젊은이를 치료적으로 상대할 때가 많다. 부모마다 열이면 열 모두가 『우리 아이는 원래 착하고 공부잘하는 아이였는데 나쁜 친구 만나서…』라고 원인 아닌 원인, 변명 아닌 변명을 듣게 된다. 정신과 의사생활 35년동안 한번도 자기네 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왜 남의 탓으로 돌리는가. 왜 내 탓이요 또 내 큰 탓으로 돌릴줄 모르는가. 이런 습성은 하루 발리 이 지구상에서 떠나야하며 그래야 정화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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