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건강상태가 좋지않아 서울명동에 소재한 S병원을 찾은적이 있었다.
처음 찾은 종합병원인지라 수속절차부터가 생소했다.
『이 병원 처음이세요? 저기 가서 노란종이ㆍ하얀종이에 기록해 오세요.』
무표정한 얼굴로 용건을 말하는 아가씨의 지시(?)대로 접수를 한 후 내과병동으로 갔다.
내과 대기실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러차례 진료를 받아온 이들은 서로의 병세를 얘기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으니 담당의사는 X-ray를 찍으라고했다. 수납에서 또 한번의 계산을 하면서 아픈부위의 통증 때문에 병원의 복잡한 절차와 기다리는 시간들이 짜증스럽기만 했다.
방사선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와서 접수를 하던 환자는 7순이 넘어보이는 할아버지였다.
속병을 오래 앓아 병원을 찾았으며 대장부위의 정밀검사를 요하는것 같았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인 할아버지에게 창구 담당 아가씨는 차근차근 얘기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며칠 있다 사진을 찍으셔야 합니다. ○일 오전 7시 50분까지 이곳으로 나오세요』
『지금은 왜 안되는 거요?』
『속을 비워야 하니까 며칠 이 약을 드시면서 사진찍을 준비를 해야돼요. 집에 가시면 자제분께 이 설명서를 읽어달라고 하셔서 지시대로 약만 복용하면 됩니다』
『○일 다시와야 한단말이지?』
『네, 7시 50분까지에요. 늦으시면 절대 안됩니다. 아시겠죠?』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익숙치 못한 손놀림으로 약과 설명서를 간수하는 할아버지를 웃음 띤 얼굴로 지켜보던 그녀는 조심해서 가라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환자에게 긴시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자 조금전의 짜증이 말끔히 가셔지는것 같았다.
이처럼 친절과 사랑으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면 얼마 지나지않아 교회기관 병원이 불친절하다는 얘기는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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