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복 차림, 로만칼라 위로 로사리오(묵주)가 버젓이 달려 있다. 수녀복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주교 복장위에서도 로사리오는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다. 물론 위의 사실들은 영화나 TV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것도 한국에서 제작된 내용일 때야 유독 이러한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사제복 차림이나 수녀복 차림의 경우야 영화나 TV에 등장할 때마다 연출되는 「희극」이라 이젠, 무덤덤하게 넘겨지기도 하지만 얼마 전 TV드라마에서 선보인 주교님은 분명하게도 「주교 십자가」대신 「로사리오」를 목에 걸고 등장,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지난 81년쯤 역시 같은 내용으로 직면했던 당혹함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조선교구설정 150주년 기념문화행사가 한창이던 당시, 모TV에서 방영된 「에바다」라는 제목의 특집극은 고조된 가톨릭무드와 걸맞게 가톨릭신앙을 주제로 선택, 상당한 기대를 걸게 했었다. 그러나 TV극중 평양교구장이었던 홍용호 주교님으로 분장한 탤런트는 역시 목에 묵주를 걸고 등장, 시청하던 신자들을 놀라게 한바 있다. 제작과정에서 가톨릭의 「고증팀」까지 초빙, 신경 께나 썼던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순간 탤런트 주교님의 선택은 목에 건 묵주였다. ▼이같은 어이없음은 목에 건 묵주로 그치지 않는데서 안타까움은 크다. 기도하는 장면이면 으레 선보이는 성모상 때문에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달고 다니는 마리아교란 딱지통은 매스콤의 부정적 측면을 강력히 맛보여 주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이들은 교회가 매스콤을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사회 매스콤을 복음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복음전파, 선교적인 측면에서 매스콤의 위력은 참으로 강력, 매력적이지만 오도된 내용일 경우 되돌아오는 부작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은 결코 매력적이지 않은 매스콤의 또 다른 얼굴이다. 최근 가톨릭교회안의 여러 가지 소재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인 내용을 선택한 영화, 「신의 아그네스」는 바로 매력적일 수 없는 영화예술의 중요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영화예술은 물론 어떤 분야에서건 무한한 소재가 허용되는 미국 땅의 영화 하나가 교회를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톨릭교회를 오도할까봐 참으로 걱정이 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