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회안의 민주화가 공식기구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른바 「민주화의 바람」은 교회안으로도 불어오지 않나 생각된다.
최근 학원가를 비롯한 기업이나 단체 및 개신교 등에서 공공목적의 시위를 벗어나 경리장부 탈취행위까지 나오는 등 민주화 과정의 어떤 몸부림같은 사태가 벌이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사태는 현재 계속 각계에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교회에서도 개선점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사실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이번 민주화 진전과 관련해서 그 촉진제 구실을 해왔던만큼, 교회내부의 구조적이거나 인위적 모순이 평신도들의 집단적 개선요구 등에 의해 사회에 노출된다면, 이제껏 쌓아온 교회의 권위에 손상을 입지않을까 염려되는바 없지않다.
따라서 교회는 사회에 대해서 민주적·교회적 표양을 보인다는 뜻에서 교회민주화를 서둘러야할 시점이라고본다.
2. 민주화에 있어서 먼저 대통령의 직선제냐 간선제냐해서 사람을 뽑는 문제 즉 인사문제가 요체(要諦)이듯이, 교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의 인사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겠는데 첫째 성
직·수도자들의 인사요, 그 다음이 유급사무직, 마지막이 무보수교직(사목위원 등) 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첫번째의 문제는 이 자리에서 용훼(容喙) 할 수 없는 가톨릭 교회적 과제이므로 제외하고, 나머지 문제를 논의해보기로 한다. 즉 사제 등의 인사문제는 중앙통제적인 인사체계이므로 비민주적이라는 약간의 비난이있으나, 사제들의 순명을 통한 일사불란한 전통을 확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의 사무직 인사체계는 오히려 중앙통제적인 기능이 배제되어 있음으로써, 체계도 없고, 기강도 없고, 아울러 종사자들의 사명감도 감퇴될 수 밖에 없는 전근대적 상황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본당사무장의 인사문제라고 해야겠다.
사무장과 그 밑의 사무직은 본당신부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어 일견 본당신부의 권한확대
로보이지만 기실 본당신부의 명예를 깎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복사들을 대동하는 문제도 같은 문제점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본당사무직 등의 인사문제는 교회가 공무원 등 공공기관의 공개시험에 의한 채용 및 임명제도를 모방해서 중앙에서 콘트롤하고 보수도 평준화하여 신분보장제도 등을 확립해야 한다.
사목위원 등 봉사교직(敎職)의 위촉도 본당신부 의견만 바라보는식 인사가 흔한만큼, 이를 교구 또는 교회
적으로 지양하여 선출방식을 표본 규정화해야 한다고 본다.
본당신부는 반드시 일정기간후 전임되는 것이 교회의 사제인사방침이고 변함없이 의무적으로 교회를 지키는 것은 열성 평신도이므로 교직인사도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아닌, 아래에서 올라가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교회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표본규정이 성립되어야 한다.
돈이 있건 없건 사회적 지위가 크건 작건 액션단체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뿌리깊은 교우들이 의례껏 교직에 자연적으로 발탁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겠다.
교회가 포용하고있는 돈과 권능도 봉사의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그 수용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3. 그 다음에 마땅히 제기해야할 문제는 본당 등의 재정운영제도이다. 일주일 헌금이 십만원도 안되는 지방본당에게는 송구스러운 의견이지만 앞으로 전국의 모든 본당들과 교회기관이 향상되리라는 가정에서 말하고자한다.
서울의 경우는 공사 발주1 건 단위가 수억원인 경우가 흔하게 되었는데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발주제도 등
에 비교하면 전혀 객관적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거의 「너해라」식으로 업자가 선정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공사가 있으면 으레 시끄러운 뒷공론이 따르게 마련이다.
물론 그렇지않은 경우도 없지않겠지만, 그런 경우를 찾기 어렵고, 만일 그런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면 그를 거울삼아 발주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어떤 본당의 경우는 덩어리가 큰 공사발주같은 것은 본당신부가 관장하고, 그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총회장에게 맡기고, 다음에 천막을 구입한다든지 자질구레한 것은 총무에게 맡기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체
계를 갖추고있는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 또 본당신부가 총회장을 거치지않고 총무에게 어떤 물품구입 등의 일을 맡기면 총회장이 방해하는 경우도 없지않다.
안전문제인 화재보험에 가입하는 문제까지도 이같은 방해를 받아 몇년을 두고 시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지않다. 이것은 어떤 형식과 사무절차를 만들어놓지 않은데서 오는 폐단이므로 시급히 전교회적 지침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끝으로 민주화 바람에 편승한다기보다 영원한 교회공동체를 더욱더 공고히 하고, 힘없는 평신도위주의 교회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뜻에서 몇가지 제의를 해보고자 한다.
○신자 직능별등록 및 협동체제
모든 신자들을 본당단위직능별로 등록케하여 서로돕게 협동체제를 갖춘다. 또한 교우가 경영하는 모든 기업체는 사원채용에 있어서 우선 본당에 광고하여 본당신자들의 직업 알선에 앞장서도록 하는것이다. 또한 구매와 용역 등에 있어서도 신자끼리 돕도록 협동체계를 갖춰야한다. 따라서 모든 서민신자들의 의식주 및 직업과 관련된 유통행위는 교회를 매체로 하도록 체계화하는 것이다.
○상설 바자실시
이 부분도 앞에 말한 협동체제에 연관되는 것이지만, 구체적 사안이므로 독립해서 언급해야겠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이제는 물자과잉시대에 처하여, 심하게 말하면 죽게된 사람이 자신의 물건이 어디에 뭣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라하겠다.
그러니까 필요없거나 여러개있는 물품은 모두 본당 상설바자에 값싸게 내놓아서 그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 손에 넘어가도록 해야한다. 교회는 이 바자행위에서 수수료를 받아 그 수입으로 자선행위를 지속적으로 행하도록 한다는 의견이다.
○공직자 신자화운동 전개
지금껏 교회는 정부가 잘못한 일만 골라서 비판해왔으나 원칙적으로 잘하도록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신자화운동을 중요지속 운동으로 전개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직자를 위한 교리반·특별미사배려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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