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가까운 교우 한분이 성당의 모임에서 매우 탐스럽게 생긴 묵주 하나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알알이 나무로 깎아만든 그 묵주는 얼핏 보기에도 마치 하나의 조그마한 조각품처럼 꽤나 정성을 들인 것이었다. 새삼스럽게 묵주를 보여준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평소 새벽등산을 즐겨해온 그는 그날 따라 여느때와는 달리 언제나 다니던 길을 가지 않고 숲속의 오솔길을 택했다고 가노라니까 때아니게 묵주 하나가 나무위에 걸려있더라는 것. 그는 숲속에서 묵주를 대하는 순간 문득 당혹감과 두려운 마음이 생겨 금방 그자리를 도망치듯 피해 왔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궁금증 때문에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더라고-. 생각끝에 다음날 새벽에는 마치 수수께끼라도 풀듯이 애써 길을 더듬어 그자리에 가보자니까 여전이 예의 묵주가 있더라는 것이다.두번 째로 대하니까 어쩐지 갖고 싶은 충동이 생겨 그날은 두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해 들은 나는 그 묵주의 임자를 위해 먼저 로사리오를 바칠 것을 권했다. 묵주가 반듯하게 걸려있었다는 모양을 미루어 보아서 누군가가 신심이 엷은 교우를 위해 일부러 그러한 기회를 만들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서툰대로의 나의 추리였다.
그분은 영세한지 얼마안된 교우였고 이 아마추어 탐정(?)의 근사한 추리를 받아들여 그날로 이름 모를 묵주의 임자에게 지향을 두고 로사리오 기도를 바쳤다고 한다.그는 지금도 그 묵주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또 언젠가는 외숙모님이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가 내가 주보지를 마구 찢어 쓰는 것을 보고 크게 꾸지람을 주신적이 있었는가하면 지금 나의 사무실 책장안에 모셔놓은 고상과 성모상 한쪽에는 어떤 교우가 내버린지는 몰라도 어디선가 거둬온 오래된 망가진 묵주하나와 때묻은 작은 성모상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결국 성물(聖物)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우리 교우들 사이에는 성물에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는 것같다. 대체로 고상이나 성모상에 대해서는 의례적인 공경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성물이나 특히 성화를 비롯한 인쇄물의 경우는 주님의 눈쌀을 찌푸리게할 일들이 알게 모르게 비일비재한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들의 신앙은, 성당을 벗어나서는 평소 성물과 더불어 함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망가진 성물이나 폐기해야 할 교회인쇄물에 대한 처리요령에 대해 교회에서의 새로운 관심의 환기나 지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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