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역사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창세기 19장에 롯의 두딸이 아버지를 만취하게끔 술을 대접한 후에 불륜의 관계를 맺어 아버지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술은 장구한 역사를 갖고있다.
인간사회에 술이 없었다면 매우 삭막 했으리라. 서먹서먹한 좌석에도 술잔이 몇 번 오고가면 얼음에 뜨거운 물을 붓고 녹이듯 분위기는 곧 부드러워지게 된다. 그리곤 허심탄회한 대화로 이끌어 준다.
어느날 사목위원들과 함께 본당교우가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다. 그때 옆좌석에서 들려오는 흥미있는 대화에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갓 영세한 낯익은 우리 본당 형제와 어떤사람이 교리논쟁을 한참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교리에 대한 반박에 우리 신자가 우물쭐물하며 당황해하는 모습이 안스러워 나는 양해를 구한 다음 합석을 하였다. 우리신자의 회사 상사인 그는 나의 로만칼라를 보고 더욱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지금은 술을 마시는 시간이니 교리 논쟁보다는 열심히 또 기쁘게 술을 마시자고 하였다.
얼마후 서로 얼굴에는 홍조를 띄우고 그는 군대생활에 대해 정신없이 늘어놓았다. 우리 신자 한 사람이『저희 신부님도 작년에 해병대 제대하신 분입니다』라고 소개하자 그는『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죠』하면서 신부라는 호칭은 접어두고「장교님」「장교님」하면서 금방 친숙해졌다. 해병은 나름대로의 엄한 규율이 지금도 내려오고있는터라 나는 자신감을 갖고『야 김병장 너는 3년동안 예비자교리를 받으면서도 세례를 받지않았으나 오늘은 내가 이자리 에서 세례를 주겠다. 본명을 무엇으로 하겠는가』하자 장교님이 지어달라고 쉽게 대답했다.『좋아 그러면 우리나라 성인중에 한분이신 정하상바오로 라고 지금부터 부르겠다』고 선언한 나는 다만 미사참례는 하되 영성체와 고백성사는 받지 말라고 조건을 붙였다. 물론 그일이 있은후 그는 정식으로 영세하고 나를 찾아오고 있다.
집회서 31장의 말씀을 보면『술을 절제있게 마시면 술은 사람에게 생기를 주고 인생을 줄겁게 만들어 준다.또한 마셔야할 때에 적절하게 마시면 술은 마음의 즐거움과 영혼의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인간의 모든 생활안에 예의가 있듯이 술을 마실 때도 나름대로의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이성을 잃어버리게 되면 옆 사람과 본의 아니게 좋은 분위기를 망쳐 놓기도 한다. 불이 쇠의 강도를 알아 보듯이 술좌석을 같이 하게되면 상대방의 인격을 알 수 있게 된다.
술에 취하면 자기 이야기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 우는 사람, 시비를 거는 사람, 또는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 등 여러 모습을 보게 된다.
술은 적당히 즐기는 것이 되어야 하고 많이 마셔서 영혼과 몸에 해를 가져와서는 안된다. 술은 인생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적절하고 유익하게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이제는 물만 마시지 말고 위장을 위해서나 자주 앓는 그대의 병을 위해서 포도주를 좀마시도록 하시오』(디모테오전서 5장 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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