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당일 당신은 성공을 비는 기도를 바쳤는가』『물론 바쳤다. 나는 그날만 기도를 바친 것이 아니라 평소에 언제나 아침기도를 바친다』나라를 빼앗고 민족을 말살하려는 조숙의 원흉, 이등박문을 상대로 외로운 독립전쟁에 상대로 외로운 독립전쟁에 나섰던 의사 안중근은 체포 후 옥중에서 검찰의 심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천주교 신자임을 당당하게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을 변호하는 일인 변호사에게도 여러번 입교를 권고하는 등 거사를 치룬 애국자이기에 앞서 투철한 신앙인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 최대의 애국자로 대변되는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자서전을 비롯, 공판일지 등 그와 관련된 각종 자료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신앙인」 안중근의 모습이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뜨거운 신앙심을 지녔고 용기있는 평신도로 짧은 생을 살다간 안중근 의사가「토마」라는 세례명을 가진 신자였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가 않은것 같다. 일반사회의 인식은 물론이고 교회 역시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최근 단순히 애국자로만 알려진 안 의사의 신앙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교회 일각에서 일고있는 현상을 이같은 배경 속에서 본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26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안중근의사 순국 76주기 추모미사는 애국심 뒤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던 안의사의 신앙심을 있는 그대로 밝혀 기리기 위한 교회의 공식 행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날 추모미사는 한국교회사 연구의 중심을 이루고있는 교회사 연구소가 정식으로 발의, 한국 천주교회의 얼굴이자 대표격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부쳐할 수가 있을 것이다. 신앙인 안의사의 행적이 낱낱이 입증된 이날의 미사는 마치 안 의사가 신앙인으로「복권」된듯한 느낌마저 들게했다.
안의사의 거사를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독립전쟁의 일환으로 보지 않고 단순한 살인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던 70여년전의 프랑스 선교사들의 불투명한 입장을 지금까지 우리 교회가 견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날 추모미사의 결론이었다.
바꾸어 말한다면 이제 한국교회는 애국자 안중근과 함께 신앙인 안중근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그의 뜨거운 애국심, 투철한 신앙심을 본받고 널리 전해야 하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된다.
비록 70여년이란 망각과 무관심의 세월이 아쉽긴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위대한 신앙의 선배를 우리 가까이 기억하고 기리는 노력은 결코 멈추어져서는 안된다. 코흘리개 꼬마도 익히 아는 의사 안중근이 우리 신앙의 선배라는 사실이 나태하고 무기력한 오늘의 평신도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