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산동성당 새벽미사 때마다 만나는 어느 할머니 얘기.
그 할머니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2년전 어린 아들 둘을 둔 며느리가 시름 시름 앓더니 반신불수가 돼버렸다. 시어머니인 그 할머니가 병들어 누운 며느리의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했다. 하루 이들도 아니고 1년반 동안이나 그렇게 기막힌 시중을 들어야 했다.
잠깐 시장에 다녀와도 며느리는 대소변을 이부자리에 하나 가득 싸놓고 미안해 하는데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대소변을 치워주며 귀찮고 싫은 생각에 차츰 신경질을 부리다가 나중엔 식사량을 줄여 주게 되었다. 그렇지만 레지오 친구들을 만나 넋두리하다 보면 속도 후련해지고 미사참례 하면 예수님이 소고를 알아주시는 것 같아 미사에만은 빠지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부활대축일이 돼 새로 요를 깔아주며 나올때『대변 싸지말고 있으라』고 며느리에게 당부한 후 미사참례하고 성체를 영한후 돌아와 방문을 여는데 인분냄새가 코를 찌르는게 아닌가! 화가 치밀어올라 막 소리를 지르려는데 눈을 뜰수없이 부신 광채가 며느리 주변에서 빛나 가까이가서 며느리를 보니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흰옷을 입고 빛을 발하며 누워 있는것 같았다.
그 순간 할머니는 지금까지의 잘못을 큰소리로 뉘우치며 울음을 터뜨리고 며느리의 고통 중에 함께 하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나머지 생애는 새생활로 살것을 현존하신 예수님께 약속했다. 미신자인 며느리에게는 예수님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며느리는 영문도 모르고『어머니 죄송해요』라고 말하며『대변을 안 싸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하며『어머니 왜 그러세요 죄송해요』라고 해서 며느리에게 물을 데워 예수님을 씻기는 것처럼 온갖 정성을 다해 씻어주고 머리를 빗겨주며『아가, 내가 잘못했다. 이젠 너를 내몸처럼 아껴주마』라고 했다. 그날 이후 가장 싫증을 느끼게 했던 며느리의 대변은 너무나 고마운 할머니의 소임이 됐고 오히려 기다릴 지경이며 잘 먹이고 잘 간호 해준덕에 그후 4개월만에 며느리는 괘유됐다. 쾌유돼자 그 며느리는 『어머님이 믿는 하느님을 나도 믿게 해 달라』고 하여 수녀님이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지도 하고 부족한 것은 할머니가 가르쳐주며 교리를 받았다. 그 할머니와 며느리는 온통 기쁨 중에 서로 아껴주며 살고있고 궂은 일은 먼저 찾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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