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주임의 은총만큼이나 기쁘고 벅차게 지나갔다. 깊은밤 동생과 나누는 담소에서 조용히 오늘 하루의 기쁨을 생각해 본다.
6시 미사를 위해 성당에 간 나는 미사시간 전까지는 아직 한시간이 남았음을 알고 친구와 조용히 그늘 의자에서 주보를 읽기 시작했다. 한참을 읽고 있는데 친구가『미정아, 우리 여기 주위 청소 좀 할래?』하고 조용히 물어왔다. 참 뜻밖의 말이고 아름아운 마음의 말이었다. 새삼 나는 주위가 지저분하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반 놀림반인 기분으로 『그래, 그러자.』하고 응했다.
손으로 휴지만을 줏자니 오래 걸릴 것 같아 빗자루로 쓰기 시작했다.
뽀얗게 알어나는 먼지속에서 한참 가슴 아픔을 느꼈다.「전엔 그렇게 깨끗해 보였는데!」아마 나의 무관심에서 오는 생각이었나보다. 주위 구석에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지나간 흔적이 여지없이 남아있었다. 과자봉지, 아이스크림껍질, 담배꽁초 등 실로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우리들의 성당을, 주님의 집을 이렇게 어럽혀 놓다니, 내 마음속에서는 은근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화는 나를 청소에 열중케했다. 어느덧 내 이마와 등에선 땀이 흘렀고, 그 냄새는 그다지 맡기 좋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내 기분은 장미꽃 엉굴속에 있는 것마냥 향기에 취한것 같았다.
『깨끗해진 성당 주위를 보고 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이었나.』
문득 이런 의문을 던져보면서 별것 아닌 말을 했지만 나를 위한 일만이 아니고 나와 우리들울 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속에는 적지 않은 기쁨이 솟아나기 기작했다.
같이 청소하자고 권유해준 친구 선숙이의 마음도 한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그 친구에 대한 내 인상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대하는 것 만큼이나 맑고 순수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또 한번 그 오후의 햇살을 조용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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