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본지 보도에 의하면 서울대교구 혜화동본당은 지난해 3월 1일을 기준으로 전체 신자 6천1백73명에 대한 거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그 중 31%에 해당하는 1천9백48명이 이미 다른 곳으로 이주해 행방불명 신자임이 밝혀졌다.
또 이들은 입교 15년 미만의 신자들로서 대부분 70년 이후 입교한「외짝교우」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또 이 행방불명 신자의 비율이 75년의 서울대교구의 13%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31%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겠다. 또한 동시에 주교회의 이향사목부의 75년 말 조사에 의하면 도시의 행방불명 신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주지 본당에서 다시 교적을 만들어 2중 3중의 교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행방불명 신자와 이중 교적자의 문제는 증가 추세에 있는 냉담자의 문제와 아울러 교회의 선교적 사목적 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한두 개의 조사 통계로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더라도 대체의 추세를 짐작할 수는 있으므로 우선 차제에 각 교구별 본당별로 철저한 신자 실태 조사를 전국적으로 국제 조사와 같은 통일된 방법으로 완전한 기본 자료를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 그러한 정확한 통계에 의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사목상의 합리적 방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임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왜 행방불명 2중 교적 냉담자 등이 증가일로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깊이 관찰 식별한 후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와 같은 원인과 대책을 경솔하게 간단히 논단할 수는 없는 일이나 극히 개괄적인 소견의 일단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먼저 오늘날 한국 교회의 교세 경향을 개관한다면 농촌지역이 정체 내지 감퇴의 경향이 있는 데 비하여 도시지역이 증가 추세에 있고 그것도 대도시가 중소도시에 비해서 신장률이 강세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이 또 어디에 있는지를 여기서는 거론할 겨를이 없다. 다만 여기서는 주로 도시를 중심으로 한 신자들의 이동률의 증가에 따른 교적 행방불명 사태를 중점적으로 대상으로 삼아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보는 데 그치겠다. 또 그것도 사회적 외부적 영향에서 오는 것은 차치하고 주로 교회 내부 자체의 입장에서 보는 몇 가지의 문제점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로는 행방불명 상태에 있는 신자들의 신앙 미성숙을 그 원인의 하나로 보고 싶다. 그것은 입교 15년 미만의 신자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신문교우들이 아직 신앙이 몸에 배이지 않고 비록 세례와 견진을 받았지만 신앙은 성인이 되지 못하고 유아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의 미아가 되거나 실종자가 되기가 쉽다. 때로는 사회악의 유괴를 당하여 냉담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교회로서는 영세 후의 신앙의 계속적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예비자 교리를 마치고 영세만 하면 교리교육은 끝난 것으로 착각하는 신자들이 너무나 많다. 현재 신자 재교육이 매우 강조되고 있고 또 실천되고 있기는 하나「재교육」이라기보다는「계속교육」이란 과념으로 교리에 그치지 않고 생활하는 신앙을 교육하는 데 집중하여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을 맛보고, 신앙을 즐기고, 신앙을 자랑하고, 신앙에 보람을, 신앙에 기쁨을, 신앙에 확신을 갖게끔 살아있는 신앙교육을 다양하게 생동적으로 계속해서 신앙의 성숙을 이루게 해야 하겠다.
둘째는 교회 안에서 목자와 양들, 그리고 양들 상호간에 관심과 사랑의 인간관계가 희박한 데 큰 원인을 찾아야 하겠다. 교회처럼「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갖고 있고 또 그것을 실천하도록 강조하는 곳은 없다. 그러나 실지로 우리 교회는 본당 단위로 볼 때에는 성직자와 신자, 신자 상호간에 사랑의 밀도가 희박하고 심지어는 상호간에 관심조차 없는 냉랭한 인간관계를 가졌다면 행방불명된 가족을 교회 당국에 신고하여 서로 찾아 나섰을 것이다.
셋째로는 본당 단위의 신자 수가 과밀하다는 것도 중대한 원인으로 보겠다. 도시교회는 대개 수천 명의 신자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도저히 서로관심을 갖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한계를 넘은 것이다.
그러므로 본당을 가능한 한 적은 수의 신자 규모로 분할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본당 안에 적은 수의 신자 집단을 지역적으로 집중 지도하는 방도들을 창의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간절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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