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고 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 남에게 죄 짓지 않고 착하게 산다는 사람들은 종교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아쉬운 게 없는 사람이 있을까? 또 인간 사회 공동체 안에서 누가 과연 결백하며 선할까?
살인과 도둑질 간음과 불효를 저지르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굶주리고 병든 채 실의에 찬 이웃이 있는 한 사람은 누구나 채무자요 이 빚을 갚지 않는 한 그것이 사회악이 되어 모든 이가 다 책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내 집은 늘 깨끗이 청소하지만 청소를 안 하거나 못하는 사람이 이웃에 산다면 오물의 악취와 불결한 파리의 습격을 받아야 하며 하수도가 막혀 모두 불편을 당하게 되는 것과 같다.『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버리는 분이시다』(요한 1ㆍ29)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의 죄를 주님이 짊어지고 십자가에 희생되셨듯이 오늘날의 세상의 죄는 누가 혼자서 짊어질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누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내 탓이요」하며 고백하는 사랑이며 제 스스로 결백하고 죄가 없다는 사람이야말로 죄인이다. 또 아쉬운 것이 없다는 사람이야말로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만일 우리가 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속이는 것이고 진리를 버리는 것이 된다」(1요한 1ㆍ8)
부도 수표를 난발하는 사람은 형사범으로서 철창 신세를 져야 한다.「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천주께감사」미사 때마다 공염불에 부도 수표를 남발하는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 우리는 우선 우리 집안, 친척, 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들의 마음 속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할 것이다. 우리를 통하여 복음의 믿음에 인도되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곡식이 이미 다 익어서 추수할 수 있게 된」(요한 4ㆍ35) 사람이 많다. 가령 우리가 뿌린 복음의 씨앗이 길바닥에 떨어진 씨앗처럼 당장은 싹이 돋아나지 않더라도 비가 오면 싹이 돋아나게 마련이다.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사람들이 반대하고 비웃고 야유를 하더라도 그들은 언젠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 복음의 씨앗이 자기 마음 속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씨를 뿌리면 언젠가는 열매를 얻을 것이다. 밤새도록 그물을 쳤어도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은 베드로가 주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쳤을 때(루까 5ㆍ1-11) 그물이 터질 만큼 많이 잡지 않았던가?
어느 날 어린이들에게 강론할 때『「아는 것이 힘」이란 말이 있지요?』하고 물었더니『「모르는 것이 약」이란 말도 있어요』하고 한 어린이가 즉시 대답하는 것이었다. 지성인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기가 정말 어렵다. 지성인은 자기의 지식 체계에 의해서 신앙을 저울질하기 때문에 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마태 11ㆍ25). 우리는 신앙인이 되기 위하여 겸허해야 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며 세상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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